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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최종><3세 경영인 그들은 누구?>(1)정의선 부회장 - 아침형에 겸손하고 털털하지만 옹골찬 토종
라이프|2020-06-16 13:20
# 세계적 지휘자인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작년 10월 ‘2011 파리 모터쇼’를 부인과 함께 찾았다. 프랑스에서 각별히 인지도가 높은 그의 등장에 현대ㆍ기아차 프레스 콘퍼런스는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그런데 행사장을 둘러본 후 같은 차로 이동하게 되자, 정 부회장이 먼저 서슴없이 조수석에 자리 잡는 게 아닌가? 정 씨 부부에게 뒷 상석을 양보한 것이다.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예술계 거장에게 내비친 진심 어린 존경의 표시”라며 감탄해했다.

#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이미 스타 CEO다. 해외 모터쇼에서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현대차 부스를 방문했다가 그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세계 유수 완성차업체 CEO들이 놓고 간 명함이 수북이 쌓인다. 정 부회장은 그들의 e-메일 주소로 일일이 “현대차에 깊은 관심을 보여줘 고맙다”며 감사의 메일을 보냈다. 이런 과정에서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 부문 부사장도 영입됐다고 한다.

▶겸손ㆍ검소ㆍ털털함이 공존하는 캐릭터=정 부회장은 ‘마음이 따뜻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임원이나 재계 총수들이 상을 당하면 꼭 찾아 위로를 건넨다. 문상 온 기자들과도 늦은 시간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자리에서건 정몽구 회장이 자리를 뜨면 가장 오래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가 정 부회장이다. 현대차그룹의 한 임원은 “정 회장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을 보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 없으면 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본받을 만한 롤모델을 물으면 주저없이 정몽구 회장과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을 꼽는다. 자주 “정 회장께서 10년 전 현대차를 물려받으셨을 때, 누가 오늘날 세계 5위의 자동차회사로 성장시킬 것으로 생각했었겠느냐”면서 “품질경영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이며, 이러한 도전정신은 정주영 명예회장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이다.

정 부회장을 멀리서 보면 약간은 차가워 보인다. 강렬한 눈빛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접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국내 재계 서열 1, 2위를 다투는 대기업 차기 경영인답지 않은 겸손함에 놀란다. 나서는 것을 꺼리는 가풍(家風) 탓에,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관심의 한가운데 놓이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재계 3세’에 대한 일반의 선입견과는 달리 소박한 면도 갖고 있다. 냉면이나 김치찌개 등을 좋아하고 술은 소주, 양주, 막걸리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주량도 센 편이다.
덕택에 그의 주변에는 지인들이 많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호형호제할 만큼 가깝다. 이 사장이 삼성전자 사장으로 승진했을 때 정 부회장이 가장 먼저 축하 문자메시지를 날렸다고 한다. 경복초등학교 동창인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도 정 부회장이 자주 어울리는 절친이다.
▶아침형 인간의 라이프스타일=정 부회장은 ‘아침형 CEO’다. 그가 탄 에쿠스 승용차가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정문을 통과하는 시간은 늘 오전 6시30분 언저리다. 외부행사나 해외출장 같은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한결같다.
집무실에 도착한 정 부회장은 신문기사를 우선 살핀다. 이어 각종 보고서를 훑어보고 결재할 것들을 처리하면서 오전을 보낸다. 수시로 열리는 임원회의나 사장단회의가 있으면 오전은 더욱 짧다. 외부일정이 없으면 오후에는 방문객을 맞거나 수시로 회의를 갖는다. 필요한 사항은 직접 지시도 내린다. 회의 강도는 간단치 않다고 한다. 한 그룹 임원은 “현대차그룹 임원이 되면 원래 일이 많지만 정 부회장을 보면 워크홀릭 수준에 가까울 정도”라고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하직원들과의 스킨십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초기에는 직원들과 자주 어울려 산행도 하고 호프집에서 격의 없이 맥주잔도 기울였다. 이들에게 영화나 연극 티켓을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아차 사장이 되고 현대차 부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그런 교류 기회가 많이 줄었다.
정 부회장은 갈색 톤의 앞코가 긴 클래식 디자인 구두를 선호한다. 하지만 구두는 뒷굽 바깥쪽이 항상 닳아 있다. 재벌 총수 후계자지만 항상 두 켤레 정도만 두고 바꿔가며 신다 보니 그렇다.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명동의 잉글랜드 수제화 전문점에서 구두 한 켤레를 구입하면 15~20년 동안 밑창에 징을 박아서까지 신을 정도로 검소했던 일화가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그는 공식행사에선 짙은 회색과 갈색이 섞여 들어간 투버튼 양복, 혹은 짙은 감색 양복을 즐겨입는다. 이 역시 늘 구겨져 있기 십상이다. 행사의 호스트를 맡아 단상에 올라 발표를 할 때도 구겨진 옷차림 그대로 오른다. 보여지는 것보다는 발표의 내용이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인들은 정 부회장이 꼭 국내 브랜드 정장만을 고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해외 출장 시 호텔만큼은 항상 최고급을 추구한다. 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하얏트나 소피텔 같은 글로벌 체인 호텔보다는 해당국 고유 브랜드의 최고급 호텔에서 묶기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로 만나는 해당국 인사들에게 조금이라도 호의적인 자세를 보이기 원하는 치밀한 계산이 아닐까.
이처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건강관리에는 소홀함이 없다. 보약을 챙겨먹기보다는 수영과 같은 운동을 즐긴다. 시간이 허락하면 산도 자주 찾는다. 골프 역시 주말골퍼로는 수준급인 80대를 꾸준히 유지한다. 현대차그룹 소유인 해비치골프장에서 지인이나 그룹 임원들과 종종 라운딩을 하기도 한다. 정 부회장의 한 지인은 “정 부회장과 가볍게 어깨를 부딪힌 적이 있었는데 보기보다 훨씬 단단해 놀랐다”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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