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진중문고 책 선정, 넓히고 신중해야
기사입력 2012-08-25 13:44 작게 크게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광화문 교보문고 중앙통로엔 작은 출판사들의 좋은 책을 선보이는 진열대가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목 좋은 곳에 놓인 진열대는 매대 값으로 치면 가장 비싸겠지만 출판사들은 돈 한푼 안 내고 이 매대를 쓰고 있다. 그렇다고 교보문고 맘대로 이를 뽑는 건 아니다. 여기에 끼이는 건 조건이 까다롭다. 출판사 운영경력 7년 이상, 출판사 규모 5인 이하의 작은 출판사여야 한다. 이건 자격 조건일 뿐이다. 무엇보다 책이 좋아야 함은 물론이다. 출판영업인회의에서 기획력과 작품성을 꼼꼼히 따져 15개 출판사 45종의 책을 고른다. 이렇게 선정된 책은 한 달간 이곳에서 독자들과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된다.

이 기획은 애초 교보 광화문점이 자본과 마케팅력이 떨어지는 작은 출판사들의 딱한 사정을 보고 지난 6월 처음 진행했다가 호응이 높자 출판영업인회의에 책 선정권을 넘긴 것이다. 교보는 이를 8월부턴 6개 지점으로 확대했다.

불황의 그늘은 출판사들로 하여금 한숨마저 내쉬지 못할 정도로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쏠림현상, 승자독식, 온라인 집중화가 심해지면서 작은 출판사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몇 달 전엔 같은 처지의 작은 출판사들끼리 똘똘 뭉쳐 살아보자며 기획행사도 꾸려봤지만 허탕만 쳤다. 한마디로 책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탄이다. 이들에겐 ‘안철수의 생각’이 4분마다 한 권씩 팔리며 최단기간 판매기록을 넘어섰다고 요란 떠는 게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린다.

교보의 기특한 기획에도 불구하고 ‘작은출판사 좋은책선’ 행사가 책의 판매로 연결됐느냐 하면, 출판사들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당초의 기대와 달리 별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다. 서점의 좋은 자릴 꿰차고 있어도 독자들은 ‘찾는 책’만 찾고, 그것도 할인해주는 온라인서점으로 달려간다는 사실만 확인한 셈이다.

이런 베스트셀러 쏠림에는 국방부 진중문고도 한몫하고 있다. 진중문고 한 해 예산은 48억원으로 전체 단행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진중문고가 1년에 구입하는 책은 상반기 30권, 하반기 20권이 고작이다. 수십억원을 쓰면서 구입하는 책의 종수가 너무 적다. 더욱이 최근 1, 2년간 선정된 책을 보면 베스트셀러 목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책을 선정하는 분야도 문학 50%, 경제경영 15%, 인문사회 15%, 자기계발 30%로 좀 불균형적이다. 자연과학이나 역사, 철학, 고전 등은 아예 없고, 예술 교양서 등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니 작은 출판사들이 업계 ‘큰손’인 진중문고의 문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다. 진중문고 예산이 국민의 세금 아니냐는 당연한 소리는 차치하고라도 균형 있는 독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고, 독서지도도 필요하다.

정부도 이젠 좀 현장에 밀착한 정책을 펴야 한다. 올해 독서의 해가 절반이 지났지만 요란스런 선포와 보여주기 행사만 잔뜩이지 출판사, 책, 독자가 행복하게 만나는 상 하나 차려주지 못하고 있다. 전환기 출판산업의 어려움을 잘 넘기고 미래 지도를 그려나갈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역시 낙하산 인사 파문으로 출판사들과 등져 있다. 이제라도 매일매일 가슴 철렁한 출판사 사정에 귀 기울여보기 바란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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