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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외교력을 키우자
뉴스종합| 2012-09-18 08:14
최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글로벌 특허 분쟁에 대해 중재 의사를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보통신(ICT)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UN 산하의 국제기구인 ITU가 전세계 통신 표준 특허의 기준을 정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ITU 고위직을 많이 배출한 국가는 통신 표준 특허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을 계기로 우리에게는 ITU 고위직 배출과 ICT 외교력 배양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절실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해 11월 제주에서 개최된 아시아ㆍ태평양전기통신협의회(APT) 총회 사무총장 선거에서도 조직 동원력과 자금력에서 큰 표 차로 져 일본에 쓴잔을 마셨다. 당시 APT 사무총장 인선은 한일간 ICT 외교력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러기에 오는 2014년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19차 ITU 전권회의는 지금껏 변방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의 ICT 외교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전권회의는 193개 회원국과 770여개 민간 회원사의 대표 3000여명이 모이는 ‘정보통신 분야의 최대 규모의 행사다. 3주간의 회의 기간 동안에는 IT 전시회는 물론 사무총장, 사무차장, ‘표준화’, ‘주파수’, ‘개발’ 업무를 맡는 3개 고위직(ITU-R, ITU-T, ITU-D) 선거도 동시에 치러진다.

그러나 회의를 유치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준비 상황은 ICT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공식적인 ’준비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았고 3주의 행사 기간을 채울 콘텐츠인 ‘기본계획’도 수립하지 못했다.

홍보가 제대로 안 된 탓에 우리나라에서 이 행사가 열리는 것을 아는 국민들도 거의 없다.

예산도 확보되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요청한 100억원의 예산은 70억원으로 삭감됐다. 대회 전체를 책임질 ‘의장’도 아직 공석이다.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 방통위에서 내부 파견 형식으로 나와 있는 5명이 고작이다. 타 부처와의 업무는 손발도 맞춰보지도 못했다.

탄탄한 조직과 꼼꼼한 예산으로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러낸 일본과 멕시코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4년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대회를 유치한 일본은 대회 개최 후 4년 후 ITU 사무총장까지 배출했다. 일본인이 사무총장을 맡던 시절 일본은 미국, 유럽식만 있던 DTV 표준이외에 일본식을 국제표준으로 등록시키는데 성공했다. 미국의 IT기술을 활용한 멕시코는 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ITU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회를 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고라는 ICT기술에 걸맞는 대회를 치러내려면 서둘러 조직부터 꾸리고 예산도 충분히 지원돼야 한다.

국제적 감각과 경제적 마인드를 갖춘 의장을 뽑는 것도 시급하다.

차제에 대회 이름도 ‘전권회의(Plenipotentiary Meeting)’라는 어려운 용어 대신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운 말로바꿀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권 말기 ICT 콘트롤타워 논쟁에 휘말려 千金(천금) 같은 기회를 날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최상현 기자/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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