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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억명 시대’, 지속가능성한 발전의 해법
엔터테인먼트| 2012-11-22 09:17
지난 20일 한국영화 관객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억명을 돌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한국영화가 거둔 성적은 양과 질 모두에서 사상 최고의 황금기라는 말이 무색치 않다.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1000만 영화가 2편이나 배출됐고, 이를 포함해 4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9편이나 된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도 2편이나 됐다. 할리우드 진출작의 개봉을 앞둔 박찬욱, 김지운 감독과 배우 이병헌 등 한국영화인들의 해외 무대에서의 활약도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커리큘럼을 갖춘 영화교육기관이 늘고, 우수인력이 현장에 대거 몰리면서 감독과 프로듀서, 작가, 스탭, 배우들의 창의성이 높아지고, CJ E&M 및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대기업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결과다. 부산을 비롯한 전주, 부천 등 국제영화제도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제작역량을 키우는 ‘외곽’의 요새로서 기능했다.

하지만 황금기를 이끈 한국영화의 발전동력은 동시에 미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한국영화 산업화의 첨병인 대기업계열의 영화사들은 투자-제작-배급-상영 전반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독과점’의 폐해를 가져왔다. CJ, 롯데, 쇼박스 등 3사의 올해 점유율은 국내외화를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52.5%에 달했다. 한국영화의 경우 이들 3사의 투자를 받지 못하고, 배급망을 타지 못하면 일단 ‘실패확률’이 더 높다는 말이다. 최근 민병훈 감독의 독립영화 ‘터치’는 교차상영 끝에 일주일만에 종영을 선언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선 수년간 행사를 만들고 진행해왔던 주요 스탭 8인이 신임 집행위원장과의 갈등 끝에 줄사퇴를 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지자체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한 십수년을 잘 치러온 국제영화제도 언제든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거 부천, 광주, 충무로에 이어 전주의 사례가 보여줬다.

그렇다면 1억명 시대를 맞은 한국영화의 지속가능한 발전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전체 영화사 중 창립 4년 이내의 신생사가 절반에 가까운 43.4%였고, 영화사의 평균 존속기간은 8.4년에 불과했다. 1~4인 규모의 업체가 전체의 76.2%였다. 전체 영화산업 종사자 중 정규직은 57.9%뿐이었고 비정규직은 42.1%나 됐다. 영화인들을 상대로 한 또 다른 최근 설문조사에선 전체의 70% 이상이 ‘한국영화계가 불공정하다’고 답했으며, 공정성 점수를 100점 만점에 30점을 줬다.

한국영화는 전례없는 르네상스를 맞았지만 이 지표대로라면 지속가능한 발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를 던질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영화사이고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정채적 제언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해법은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을 화려한 수치의 이면의 또 다른 통계가 보여준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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