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박근혜 정부의 영화정책 방향
기사입력 2013-02-26 09:23 작게 크게

산적한 과제를 안고 박근혜 정부가 닻을 올렸다. 때가 때이니만큼 요새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새정부에 바라는 영화계의 목소리는 뭐냐는 것이다. 대기업계열 영화사 독과점 제한, 스태프 처우 개선, 영화인 복지, 독립영화 지원…. 하자니 길고, 안해도 능히 짐작가는 뻔한 소리일터다. 그래도 영화인의 대표인사라 할만한 강우석 감독을 오랜만에 만난 차에 물었다. 강 감독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충무로밥’을 먹으며 19편을 연출했고 역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감독이자 제작자이며, 흥행의 단맛, 쓴맛을 다 봤고, 부단히 들고 나는 자본 속에 기획부터 투자, 제작, 배급까지 안 해본 것 없으니 마땅히 ‘한소리’ 할 만하다.

“영화를 돈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 하면 안됩니다. ‘영화산업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영화계에 돈 몇 푼 쥐어주고 영화인들을 줄 세워서도 안 되요. 정부의 역할은 ‘공정한 분배’와 ‘공정한 게임’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감시’에 가장 중점을 둬야 합니다. 영화산업의 부흥에 영화인들이 수혜자가 되고 있는지, 혹시 영화인들이 피만 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기업 자본이나 멀티플렉스의 횡포는 없는지 말입니다. 지원은 철저히 소외받는 독립영화나 작품 만들기 어려운 원로, 거장 감독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과연 어느 나라에서 영화산업을 정부가 책임집니까. 이윤을 남길만한 영화를 지원하고, 해외에서 상을 탈만한 작품에 돈을 댄다는 발상이 가당키나 합니까? 다시는 그렇게 무모한 생각은 하지 말아야죠.”

영화 뿐이랴. 한 나라의 예술과 정치권력이 맺어야 할 가장 보편적인 원리를 나타낸 “관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거니와, 강 감독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정부에서 영화진흥위원회 수장이 몇 차례 바뀌고, 그 와중에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돈 될만한 영화, 상 받을만한 작품을 지원한다”는 요지의 정책이 추진돼 영화계의 반발을 산 일이 있다. 공공투자와 제작 지원금을 두고 “누구는 주는데 누구는 안 준다”면서 “내 편, 네 편” 갈라서 신ㆍ구 세대간, 진보ㆍ보수간의 갈등을 부추긴 사례도 없지 않았다. 가만 놔둬도 ‘잘 되는 건’ 민간이 알아서 하게 놔두고, 대신 생산에서 유통, 소비까지 공정하게 거래가 이루어지며 마땅한 몫이 마땅한 주인에게 돌아가는지 ‘감시’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 것은 영화뿐 아니라 어느 산업분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소외된 약자들을 지원하고, 당장 성과는 없지만 가치있다고 판단되는 작품이나 영화인에게 투자해 문화적 저변과 다양성을 키우는 일도 정부가 할 일이다.

유사 이래 최고라고 하는 부흥기를 맞은 한국영화계. 새정부를 맞았는데도 유난히 조용한 것은 이제 막 출범해 정책방향이 뚜렷이 제모습을 나타내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으나 과거를 돌이켜 볼 때 “돕지못할 망정 잘 되는 판에 재나 뿌리지 말길” 바라는 심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정책 담당자들이 곱씹어 볼 때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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