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한국영화 ‘천만유감’
기사입력 2013-04-04 10:36 작게 크게

영화 한 편에 인생과 가운, 사운을 거는 영화제작자들이 들으면 펄펄 뛸 말이겠지만, 최근 한국영화의 흥행세를 보면 대박의 상징적 지표인 ‘천만’에 이르는 길이 한결 빠르고 안전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도둑들’, 그리고 최근 ‘7번방의 선물’이 그랬다.

최근 흥행작의 공통점은 또 있다.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데…” “무슨 영화랑 비슷하다”는 반응이다. 예를 들자면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미국 영화 ‘데이브’와 많이 비교가 됐고, ‘도둑들’은 ‘오션스 일레븐’과, ‘7번방의 선물’은 ‘하모니’와 견줘졌다. ‘타워’는 재난 영화의 고전 격인 ‘타워링’과, ‘신세계’는 홍콩 영화 ‘무간도‘와 “비슷하다”는 평이 잇따랐다. 지난해 만났던 한 원로 영화 감독은 흥행에 대대적으로 성공한 한 작품을 두고 “미국, 일본 영화의 ‘아류’같이 버젓이 따라한 이런 영화가 한국영화를 대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씁쓸해했다.

법을 다투는 ‘표절’이 아니라 ‘예술성’ 혹은 ‘미학’을 다투는 ‘창의성’의 관한 문제다. 한국영화가 ‘르네상스’라고 부를 정도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지금, 적지 않은 작품에서 계속 ‘~와 비슷하다’는 평이 꼬리처럼 달린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천만에 이르는 한결 빠르고 안전한 길’과 ‘기시감이 드는 한국영화 흥행작’ 사이에는 모종의 연관관계가 있다. 최근 한국 영화 흥행작들은 주로 대형 투자배급사의 개봉작에서 나오고 있다. 대형 투자배급사들은 검증된 공식과 데이터에 의거해 빠르고 안전하게 대규모 관객몰이를 할 수 있는 안전한 ‘기획’을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어느 정도 그 예측이 맞아들어가고 있다. 한국영화산업의 발전된 노하우 덕이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영화의 창의성에는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이 칼이라는 사실을 최근 추세는 보여준다.

이제까지의 ‘천만 영화’를 보면 우려가 새삼 확인이 된다. 봉인된 현대사, 역사의 금기에 도전했던 ‘실미도’와 한국영화의 영상 기술 한계를 돌파한 ‘태극기 휘날리며’, 권력과 동성애, 민중연희로 사극을 재해석한 ‘왕의 남자’, 정치 풍자와 컴퓨터 그래픽을 결합시킨 ‘괴물’까지의 작품들은 무모해보일 정도의 ‘영화적 야심’이 한국 관객의 열망과 맞아떨어진 흥행결과를 냈다. 하지만 단시간 숨가쁘게 달려오며 폭풍같은 흥행을 일군 최근 천만영화 3편에선 그러한 ‘도전의식’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비단 한 두명의 감상자들뿐만은 아닐 것이다.

데이터에 따른 안전한 ‘기획 영화’나 흥행 공식에 짜맞춘 전형적인 장르영화와 함께 한국영화의 창의성에 또 하나의 걱정을 드리우는 것은 최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보수화된 연령등급판정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도전적인 표현보다는 최대한 연령등급을 낮춰 흥행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안전지향’의 제작행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를 맞은 지금이야말로 각종 산업 지표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창의성’을 생각해야 될 때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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