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프리즘>강남스타일, 풀하우스, 그리고 고(故)김종학 PD
기사입력 2013-08-01 09:32 작게 크게

지난 22일, 태국의 유명 휴양지 파타야의 한 극장. 트랜스젠더가 출연하는 태국의 대표적인 공연 ‘알카자쇼’가 펼쳐지는 무대에 한국인들에 익숙한 가락이 울려퍼졌다. ‘강남스타일’이었다. 싸이와 현아를 닮은 무용수가 무대에 등장해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신나게 췄다.대규모 정원이 조성된 파타야의 또 다른 관광 명소 ‘농눅빌리지’에서는 코끼리들이 ‘강남스타일’ 리듬에 맞춰 큰 엉덩이를 실룩였고, 방콕의 최대 동물원 ‘사파리 월드’의 ‘바다사자쇼’에선 바다사자가 말춤을 췄다.

그리고 지난 7월 29일엔 일군의 태국 연예 톱스타들과 카메라, 조명 등 촬영장비를 잔뜩 갖춘 스탭들이 서울 명동의 한 호텔을 찾았다. 태국판 ‘풀하우스’의 촬영을 위해서였다. 이들은 오는 11일까지 한국에 체류하며 서울 명동, 청계천, 삼청동, 남산, 선유도공원, 인천 월미도, 인천공항 등지에서 빡빡한 촬영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태국판 ‘풀하우스’는 오는 11월 현지에서 방영될 예정이며, 중국 방송국에도 선판매됐다. 공포영화 ‘더 셔터’의 주연을 맡았던 톱스타 아난다 에버링햄이 제작과 연출을 맡았고 태국의 아이돌스타 마이크와 여배우 엄이 출연하는 기대작이다. 18부작으로 제작되며 이 중 8부작이 한국에서 촬영된다.

태국은 지난 2000년대 초중반부터 한류가 거세게 일었던 ‘동남아 한류의 허브’다. 견인차는 ‘가을동화’ ‘풀하우스’ ‘대장금’ 등의 한국 TV 드라마였다. 특히 주연배우 비(본명 정지훈)와 송혜교가 푸켓을 방문해 일부 촬영을 했던 ‘풀하우스’는 2000년대 중반 현지에서 방영돼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태국의 방송제작진이 ‘풀하우스’의 한국촬영을 한창 준비하고 있던 지난 23일 한국 연예계엔 충격적인 비보가 있었다. 김종학 PD의 자살이었다. ‘수사반장’ ‘모래시계’로 한국 드라마사에 획을 긋고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외주제작사를 만들어 한류의 선구자가 된 고인은 바로 ‘풀하우스’의 제작자였다. 고인의 자살의 이유가 한류를 만들어냈던 한국 연예제작 시스템의 부조리한 구조였다는 점에서 죽음은 더욱 비극적이었다. 방송사와 톱스타가 ‘갑’이며 정작 실질적인 창작 주체인 제작사는 ‘을’일 수 밖에 없는 한국 대중문화산업의 모순이 고인의 죽음에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성공의 열매는 ‘갑’이 독식하고, 실패의 책임은 고스란히 ‘을’이 떠안는 병폐가 한류의 어두운 뒤안길이었던 셈이다. 김종학 PD의 자살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방송 제작 및 출연 표준 계약서를 마련해 발표했다. 지난 2011년 한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운명을 달리하고야 나섰던 것처럼 정부는 여전히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뒷북을 쳤지만, 이제라도 방송사와 출연자, 외주제작사간 불공정계약관행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표준계약서’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권고안이다. 대중문화산업의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단지 첫 걸음인 것이다.

작품은 예술가들에게 자식이라고 흔히 비교되는 바, 고 김종학 PD는 공들여 키운 자식의 영광을 미처 다 누리지 못하고 원통하게 눈을 감은 ‘불행한 아버지’이고, 여전히 우리 연예계는 몸바쳐 키워놓고도 ‘친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불행한 부모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표준계약서가 다가 아니라 ‘갑의 독식’을 막는 정부의 지속적인 감시와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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