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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특집] 영화 '감기'보다 오싹한 호러게임
게임세상| 2013-08-23 09:54
한 여름밤 친구들과 둘러 앉아 공포이야기 한두마디 주고 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내가 아직 기자로 보이니?'따위와 같은 식상한 멘트들도 유독 여름밤만 되면 무섭다. 7080세대들에게는 '전설의 고향'시리즈가 이 괴담의 근원지였고, 90세대들에게는 'X-파일'이라는 미국드라마가 괴담의 근원지였다. 그리고 요즘 해외 청소년들에게 괴담의 근원지는 바로 'SCP'시리즈다. SCP는 전 세계적인 괴담의 출처를 다루는 가상의 기관으로,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처음 그 시리즈가 공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SCP가 점차 확대되면서 인디게임으로까지 만들어지게 된다. 지난해 SCP 인디게임 시리즈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제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SCP 팬 게임인 SCP-Unidentified(미확인, 정체불명)이 등장하게 됐다.  

    한 실험실에 SCP-008이라 불리는 바이러스가 퍼졌다. 이 바이러스이 영향으로 인해 여러마리 돌연변이 개체들이 생성됐다. 이 개체들을 수습해야할 SCP재단은 별다른 대책 없이 실험실을 폐쇄하는 것으로 사건을 임시 종결시켰다. 몇 년 뒤 SCP는 SCP-008바이러스의 백신을 개발해냈다. 이제 수습을 위해 SCP-008바이러스를 주인공에 투여하고, 주인공은 실험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과연 돌연변이 개체들과 맞서 싸우면서, 정체모를 SCP-008의 근원을 둘러싼 미스테리를 풀 수 있을 것인가.호러 어드벤처의 묘미
게임은 전형적인 호러 어드벤처 스타일로 진행된다. 3D로 제작된 이 게임은 유저 시점에서 실험실을 탐험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어두컴컴한 방을 오가다가 바닥에 떨어진 단서를 줍거나, 실험 기록들을 읽어 나가는 방식으로 미스터리를 풀어 나가게 된다. SCP시리즈 특성상 적을 공격하기 보다는, 적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끊임 없이 은폐와 엄폐를 반복하면서 도망다니는 방식으로 미스터리를 풀게 된다. 과거 '화이트데이'를 연상하면 쉽다. 돌연변이를 발견하면 달리다가 문을 잠그고 도망친다거나, 재빨리 어두컴컴한 구석으로 숨어 들어가 돌연변이가 지나치기를 기다리는 것이 답이다. 정신 없이 도망치다 보면 현재 위치를 잊어버리기 십상이고, 목표도 잘 기억나지 않는 가운데 (소위 정신줄을 놓고)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 산 호러게임 답게 한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실험체 D-1286
이 게임은 SCP팬게임으로 제작된 타이틀이다. 때문에 SCP재단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시나리오를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들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받게 되는 문서를 읽어 보면 "안녕하신가 D-1286"과 같은 단어가 쓰여있다. D-1286이란, D등급 실험체 1286번이라는 뜻이며, 이는 SCP재단에서 실험체를 분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D등급은 주로 살인죄 등 극악 무도한 죄를 저지른 '인간'이다. 즉, 주인공은 D-1286으로 불리는 인간 실험체라는 뜻이다. 또, SCP-xxxx 번을 사용하라는 힌트 따위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이 때 SCP-xxxx는 일종의 초자연 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물건이나 사람을 의미한다.
워낙 많은 시리즈가 있어 왠만한 마니아들도 '카탈로그'를 봐야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전설의고향-11번을 참조하라'는 지문쯤으로 해석하면 되고, '다리 잃은 귀신이 뛰어오는 장면'을 연상해야 하는 식이다.
이렇듯 마니악한 요소들이 다수 숨어있기 때문에, SCP재단에 대해 이해하고 플레이하게 되면 게임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 박사가 주인공에게 보내는 편지
고3 수험생의 게임 개발
이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남지훈(ID:12point)씨는 고3 수험생이다.
그는 수험 생활을 뒤로 하고 게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게임 개발자가 장래 희망이라는 그는, 인디게임 활성화를 위해 이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제 꿈을 이루는 첫 데뷔작이며 첫 단추를 꿰는 일"이라며 "성공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 그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모델링 패키지들과 유니티엔진을 구매할 비용을 텀블벅을 통해 모금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 경에 무료로 정식 배포될 계획이다.   

 
→ 찍한 실험체의 모습  
안일범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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