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한국영화 르네상스, 거장에게 경배를
기사입력 2013-10-08 09:44 작게 크게

이형석/문화부 차장

지난 4일 이틀째를 맞은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이장호 감독의 ‘시선’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다. 이날 객석에선 눈에 띄는 두 사람이 있었다. ‘천만 영화’의 주인공인 강우석과 봉준호 감독이었다.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고, 이장호 감독의 팬이자 열혈관객으로서 질문도 했다. 상영이 끝나고 강 감독은 선배를 조용히 끌어안았다. 그리고 흥분과 감격으로 대선배인 이장호 감독의 18년만의 귀환을 축하했다. 그는 행사가 끝난 후 지인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이지만, 역시 거장의 깊이와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경하를 보냈다. “만일 나서는 배급사가 없다면, 내가 후배 감독 및 제작자들을 동원해 영화 개봉을 맡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강 감독은 평소 자신을 영화로 인도한 딱 두 명의 선배로 임권택과 이장호 감독을 꼽아왔다.

한편, 영화 ‘소원’의 이준익 감독 역시 부산 해운대의 한 횟집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벌떡 일어나 누군가에게 90도로 머리를 굽혀 인사했다. 한국영화의 원로인 김수용, 김기덕 감독을 우연히 같은 식당에서 맞딱뜨린 것. 두 선배에게 깎듯이 인사를 드린 후 이준익 감독은 젊은 후배들에게 특유의 활기찬 어조로 ‘주석’을 달았다. “저 분들이 누군줄 알아? 한국영화계의 전설들이시지, 요새 칸이다 베니스다 하지만 이미 몇 십년 전부터 해외 영화제를 다니시던 분들이야, 여전히 멋있으시지?”. 트레이드 마크인 김수용 감독의 모자와 김기덕 감독의 콧수염이 부산의 가을과 썩 잘 어울렸다. ‘만추’의 김수용 감독과 ‘맨발의 청춘’의 김기덕 감독은 1960년대 한국영화의 첫 전성기를 이끌었던, 한국영화사의 ‘산 증인’이다.

절정은 임권택 감독에 헌정된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이었다. 강우석, 김의석, 박찬욱, 김기덕, 허진호, 김홍준, 이재용 등 후배 감독들이 참석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역대 영화제 중 한국영화의 거장들이 모인 것은 올해가 최고, 최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영화가 사상 최고의 부흥기를 맞은 해, 부산이 전설적인 거장과 젊은 후배들의 만남의 장이 되고, 뿌리를 확인하는 자리가 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원로 영화인들의 행사에는 후배들이 ‘코빼기’도 안 비치고, 젊은 스타 감독ㆍ배우들이 참석한 자리엔 대선배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신구 세대간 갈등도 때마다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몇 년만에 맞은 이같은 변화의 중심엔 여전히 신작을 내놓는 임권택과 이장호, 정지영 등 ‘현역’인 감독들이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포르투갈의 거장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 감독은 현재 105세로, 지난해 신작 ‘제보와 그림자’만들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83세, 우디 앨런 감독이 78세다. 77세의 임권택 감독과 68세의 이장호 감독, 67세의 정지영 감독이 여전히 앞날이 기대되는 ‘영화 청년’인 이유다. 거장들의 경지와 성찰을 작품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후세대들에겐 복이자 행운이다. 한국영화의 전설적인 거장과 원로들에게 더 많은 영화제작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또 그것은 누구나 나이를 더해가는 우리 모두의 인생을 위한 축복이자 경의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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