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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가스통 폭발…위기의 ‘2015 학교’
뉴스종합| 2015-09-03 12:41
[헤럴드경제=서경원ㆍ이세진 기자]‘우리 아이들 학교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학교폭력과 왕따, 성추행, 몰카 사건에 이어 급기야는 부탄가스 테러까지…배움의 전당인 학교과 각종 범죄와 사고로 얼룩지고 있다.

학교(學校)는 어진 스승과 열의에 찬 학생이 가르침과 배움을 주고받는 곳었지만, 최근엔 교권 붕괴와 학생 인성교육 부재로 어느새 무서움과 교활함이 난무하는 ‘학교(虐狡)’로 전락했단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교내에 범죄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학교 본연의 참모습을 되찾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설명=교권 실추와 학생 인성 부재로 학교가 각종 범죄와 사고의 온상이 되고 있다. 사진은 한 고등학교 교실. 기사내용과 무관.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부탄가스 폭발사고, 학교범죄의 ‘신(新)기원’=얼마 전 한 고등학교 교사들의 대규모 성추행 사건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진 이번 부탄가스 폭발 사건은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여러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을 잃을 뻔했다. 폭발 충격으로 교실 창문과 출입문, 벽 일부가 부서졌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학교 범죄의 신(新)기원을 열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무겁다.

그동안에도 학교에선 각종 범죄가 꾸준히 발생돼 왔지만, 분노표출의 차원에서 교실 한 복판서 가스통을 폭발시킨 사건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테러단체가 아닌 평범한 중3짜리 학생에 의해 계획적으로 자행됐다는 사실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군(15)이 범행 전후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린 뒤 SNS를 통해 댓글 형식으로 네티즌과 대화까지 주고받았다는 점이다.

경찰에 쫓기면서도 4개 노선의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댓글을 통해 언론과 인터뷰하는 대담한 모습도 보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은 가치관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나쁜 영향과 부정적 결과를 낳는지 깊게 생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테러학교’ 된 인터넷=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공간에 무분별하게 떠오는 유해 정보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군도 인터넷에서 폭발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사진설명=교권 실추와 학생 인성 부재로 학교가 각종 범죄와 사고의 온상이 되고 있다. 사진은 한 고등학교 교실. 기사내용과 무관.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실제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동영상 사이트 등에 ‘폭탄 제조’, ‘화염방사기 제조’ 등의 키워드만 치면 관련 정보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곽 교수는 “폭탄 제조 동영상 등 위험한 정보가 인터넷에 얼마나 떠돌아다니는지 모른 채 그저 내버려두는 실정”이라며 “인터넷 사이트를 실시간 스크린하는 동시에 유해 정보를 네티즌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중대한 변화의 시기”=학교 성범죄도 도를 넘고 있다. 학교는 교사나 학생 구분할 것 없이 점점 성(性)으로 얼룩져가고 있다.

교사들의 위신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최근 서울의 한 공립학교 교사들이 학생과 여교사를 상대로 성추행과 희롱을 집단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일삼은 사건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교장을 포함한 여러 남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여학생들에게 입에 담기도 힘든 저급한 성희롱을 벌이는가 하면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벌였고, 똑같이 피해를 여교사들도 당해야 했다.

이 학교의 성추행 피해자만 여교사가 최소 8명이고 학생들까지 합치면 130여명에 이른다.

거꾸로 학생이 교사를 상대로 몰카를 찍은 일도 최근 벌어졌다. 전북 고창의 한 고등학교에서 몇몇 1학년 남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질문하는 척하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교사들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찍은 일이다. 올 3월부터 몰카를 상습적으로 촬영해왔으며 촬영한 영상을 주변 친구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인천에서도 교실에서 여교사와 여학생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중학생이 입건됐고, 같은 달 경기지역에서 동료 여교사 2명의 치마 속을 몰래 찍은 20대 초등학교 남교사가 검거되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인원 중 성폭력자 비중은 10.7%다. 교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사건 10건 중 1건이 성폭력인 셈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학교는 지금 엄청난 변화의 중심에 놓여 있다”며 “학교의 위치, 역할, 구성원의 책임 등에 대해 국가 수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라고 지적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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