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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가수는 노래를 아끼지 말아야 해요”
HOOC| 2015-09-04 00:18
[HOOC=정진영 기자] “꽃이 날아가는 봄/향기도 따라 나서는 봄/나비 날아다니다/파란색 대문 담을 넘는다”(박강수 ‘나비’ 중)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상수동 베짱이홀. 8월 한 달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공연을 펼쳐 온 포크 싱어송라이터 박강수는 늘 그래왔듯이 어쿠스틱 기타 하나만 들고 홀로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맑은 기타 연주 위에 그보다 더 맑은 목소리가 실렸다. 맑음에 맑음이 더해진 소리의 질감은 청초했고, 울림은 순수했다. 관객들은 깊은 한숨 같은 탄성을 자아냈다.

박강수는 빈약해진 한국 정통 포크의 맥을 잇고 있는 몇 안 되는 싱어송라이터이다. 최근 ‘세시봉’ 열풍 덕분에 잠시 포크 음악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무대 일선에서 정통 포크를 들려주는 돋보이는 신예는 눈에 띄지 않는 게 현실이다. 박강수는 지난 2001년 첫 앨범 ‘부족한 사랑’으로 데뷔한 이래 꾸준히 작품 활동을 벌여온 몇 안 되는 정통 포크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싱어송라이터 박강수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상수동 베짱이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최근 박강수는 무모한 선택을 했다.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재편된 음악 시장에 감히 더블앨범(CD 2장으로 구성된 정규앨범)을 내놓은 것이다. 공연 전 대기실에서 기자와 만난 박강수는 “그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뿐”이라며 웃어보였다.

박강수는 “소극장 콘서트를 통해 관객들과 자주 만나고 싶은데, 관객들에게 늘 익숙한 곡을 들려주기보다 새로운 곡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컸다”며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은 수록곡 수와 관계없이 한 번에 묶어서 이야기할 성질의 것이었기 때문에 더블앨범의 형태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은 파트1 ‘나비’와 파트2 ‘동네 한바퀴’로 나뉘어져 있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돌아보는 섬세한 가사와 전작들에 비해 풍성해진 소리가 특징이다. 파트1의 타이틀곡 ‘나비’는 왈츠 리듬에 현악 세션이 더해져 마치 클래식 소품집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파트2의 타이틀곡 ‘동네 한바퀴’는 고단한 일상을 보내는 중년들을 위한 위로를 담은 곡이다. 이 곡에는 공연장을 찾은 100여 명의 팬들이 코러스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마냥 화사한 빛깔만 띄는 것은 아니다. 파트1의 수록곡 ‘팽목항’에선 난민자녀돕기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돕기 등 민감한 이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박강수의 문제의식이 엿보인다.

박강수는 “다른 장르와는 달리 포크는 가수가 나이를 많이 먹어도 온전히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라며 “유년시절에 매일 썼던 일기, 추억, 여행의 경험, 다양한 사회상 모두가 노래가 된다. 꾸준한 창작 활동은 많은 노래로 무대를 다채롭게 만드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래는 관객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하지만 부르는 가수의 마음도 위로한다”며 “가수는 노래를 함부로 불러선 안 되지만 아끼지도 말아야 한다. 그게 가수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싱어송라이터 박강수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상수동 베짱이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박강수의 활동 범위는 싱어송라이터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시인이자 여행작가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서울 신촌에서 오랫동안 공연장 소통홀을 운영해오다 최근 베짱이홀의 대표를 맡아 많은 동료 가수들에게 무대를 마련해주고 있다. 또한 그는 자유롭게 음악을 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소속사에도 속했던 일이 없다.

박강수는 “가수로 살며 만난 다양한 인연들은 내 삶의 폭을 자연스럽게 넓혀줬다”며 “평생 수동적인 삶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고, 또 내가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기 때문에 다소 힘들지만 앞으로도 홀로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박강수는 오는 18일 오후 7시 30분 베짱이홀에서 ‘가을은 참 예쁘다’라는 주제로 콘서트를 벌이며 오는 10월부터 익산, 남원 등 전국 소도시를 도는 투어도 계획 중이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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