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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사망사고’ 어머니 “끼니 거르며 일했는데, 규정 어긴 탓이라니”
뉴스종합| 2016-05-31 11:45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공구들하고 숟가락이 섞여있다. 비닐에 쌓이지도 않은 숟가락이 나왔다. 밥도 못 먹고 시간에 쫓겨 가면서 일했는데 규정을 어겼다고 내 아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중 전동차에 치여 숨진 김모(19) 씨의 어머니는 말했다. 어머니는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다른 유가족이 어머니를 부축해 자리를 나섰다.

31일 김 씨 어머니는 구의역에서 열린 시민단체 합동 기자회견에서 “아들이 끼니를 굶어가며 일하는 줄 알았으면 진작 그만두라고 했을 것이다”며 “끼니도 굶어가며 견디고, 씻지도 못하고 내색도 못하고 직장을 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장치도 없는 환경에서 하루종일 그렇게 일했는데, 부모한테는 내색도 안했다. 100만원 남짓이 뭐라고. 자기는 조금만 더 참으면 공기업 직원이 된다고 생각했던 건데, 왜 괜히 내가 회사 들어가면 상사 지시 잘 들어야 한다고 했던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차라리 덜 성실했으면, 피씨방이나 다니고 술이나 마시고 하는 그런 아이였다면 지금 내 곁에 있었을 것 아닌가. 우리 사회에서 책임강이 강하고 지시를 잘 따르는 아이는 죽음 뿐인가. 산산조각이 된 아이에게 어른들을 죄를 뒤집어 씌운다. 첫째를 그렇게 잃었다. 둘째는 그렇게 키울 수 없다”오열했다.

앞서 28일 지하철 안전문 수리 하청업체 직원 김 씨는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중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97개 지하철 역의 고장을 처리하느라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김 씨의 유류품에는 드라이버, 스패너 등 작업공구와 함께 컵라면과 쇠수저가 섞여있었다.

하청을 준 서울메트로 측은 김 씨가 2인 1개조 근무의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관계자들을 소환해 참고인 조사를 진행중이다.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직원이 전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것은 이번이 3번째다. 29일은 김 씨의 생일이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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