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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반출 허용(?)…한미간 ‘정치경제학’ 게임
뉴스종합| 2016-08-25 09:36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미국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에 허용 여부를 정부가 고심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이 문제가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사이의 정치ㆍ 경제학 게임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4일 국토교통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 8개 부처가 참여한 회의에서 심의 기간을 60일 더 연장해 오는 11월23일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불허’될 것이라는 국내 여론의 예측은 빗나갔다.

회의에 참석한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일부 부처는 최근 북한의 태영호 주영 대사관 공사 귀순, 회의 당일 새벽 북한의 잠수함 탄도 미사일(SLBM) 발사 등 북한의 고조되는 도발 위협에 따른 안보 논리를 크게 부각시켰다. 구글의 세부 지도로 제공이 가능한 자율주행 자동차, 자동차용 운영체제(OS), 드론(무인기) 등 새로운 IT 서비스에 따른 산업계 혁신과 소비자 혜택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과감히 ‘불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면에는 안보 논리보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우려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심사를 앞두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통상마찰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우리 정부가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USTR이 ‘국별무역장벽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위치기반 데이터 반출 제한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글 등) 국제 공급자가 경쟁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한 데 이어 심사 일주일여 전인 지난 18일에도 우리 정부 부처와 비공개 영상회의를 열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승인해 달라고 재차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4일 회의에 참석한 산업부 등 일부 부처는 지도 데이터 반출을 불허할 경우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불허 결정에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유보’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 배치를 둘러싸고 한반도 주변의 안보 정세가 민감한 현 시점에서 굳이 미국과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 올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앞으로 60일 후 정부의 결정에는 오는 11월8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두 후보 모두 오바마 정부에 비해 보호무역을 강화하겠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재수정 내지는 폐기를 시사하고 있어 지도 반출 문제는 지금보다 더 거센 통상 마찰의 파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정부의 협상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구글측 11월까지 조세 회피 논란이나 안보 문제에서 유화책을 제시한다면 정부의 결정은 ‘허용’ 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지도 반출 허용 문제는 이제 단순히 산업적 편의와 소비자 혜택 차원을 넘어 한미 두 나라의 이해가 걸려 있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의 이번 유보 결정은 한미 동맹과 국내 여론 모두를 감안한 명분 쌓기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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