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정상원 부사장, "모바일 탐닉말고 다양성 눈떠야 혁신 가능"
기사입력 2016-12-02 17:20 작게 크게
- 미래 게임시장, 플랫폼 통합 가능성 시사 … 꾸준한 실험정신으로 대응

 


   
"'바람의나라'가 진정한 게임 혁신 아닌가 싶은데요."
넥슨 정상원 신규개발 총괄 부사장이 게임의 진정한 혁신이란 '바람의나라'와 같은 것이라고 지목했다. '바람의나라'는 넥슨이 1996년부터 공식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세계 최초 인터넷 그래픽 온라인게임이다. 그 이전까지 온라인게임의 플레이 형태는 '머드게임(텍스트로 만들어진 온라인게임)' 위주였다.
정 부사장은 게임은 혁신을 이루기 매우 어렵다면서 기존의 것들에서 20~30%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봐야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모바일이 대세여서 게임도 그 흐름을 따라 너도나도 개발하고 있지만 언젠가 시장 환경과 트렌드는 또 바뀔 수 있다고 봤다. 이를 미리 예측해 대비하는 것이 혁신을 이끈다는 설명이다.
'바람의나라'는 그 예를 가장 잘 보여준 게임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넥슨이 올초 내세운 기조인 '다양성'은 이처럼 미래 게임 시장을 예측하기 위한 대비책이 아닐까.
본지는 창간 특집호를 맞아 미래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게임 개발에 있어 혁신 과제는 무엇인지 국내 최대 게임기업의 게임 개발 콘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정상원 부사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넥슨 정상원 부사장은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1세대 개발자다. '바람의나라'를 비롯해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 넥슨의 대표 인기 온라인게임들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잠시 넥슨을 떠나 외도(?)를 했지만 2014년 다시 친정으로 복귀해 이 곳에서 개발되고 있는 모든 게임들을 직접 총괄, 지휘하고 있다.
특히 정 부사장은 지난 '지스타 2016'에서 자체 개발 18종을 시연, 또는 영상 공개하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일각에선 비공개 개발작까지 오픈한 그의 선택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꽁꽁 감추느니 다 보여주고 매를 맞겠다'는 정 부사장의 판단이 옳았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그는 이처럼 게임을 오픈한 것이 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Q. 지스타 2016에서 자체 개발 신작을 거의 모두 오픈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지스타는 세일즈가 아니고 보여주는 자리다. 그래서 개발 중인 작품도 보여주자고 내부 개발팀에 의견을 모았다. 게임은 성공한다 생각해서 성공할 확률은 극히 드물다. 의외성이 있기 때문에 여러 시도를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한 번쯤 외부에 보여주고 좋은 평가를 얻으면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무엇보다 팀원들의 사기진작 차원이 컸다.
데브캣 스튜디오 김동건 본부장이 추천한 '로드러너'는 넥슨답지 않은 작은 규모의 게임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이번 지스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Q. 다양성에 기반한 게임 라인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들을 개발하는 데 있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나
A.
게임은 기본적으로 재밌어야 한다. 그런데 게이트키퍼(정 부사장 자신을 가리키며)가 있으면 그 사람 취향을 따라가게 된다. 중점을 두는 건 내가 재밌는 게임이라기보다 만드는 팀이 좋아하는 것 중에 경쟁력이 있는 것을 선택한다. 흔한 RPG장르일지라도 게임 안에 '엣지(edge)'를 내부에서 설득할 수 있다면 개발할 수 있다.

Q.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장르 편중화가 심화됐다는 것은 오래부터 고질적으로 지적되온 문제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산 모바일게임들이 외산 게임에 밀리는 이유가 있다면 콘텐츠적인 측면으로 말해달라
A.
RPG는 이용자가 플레이하기 제일 쉬운 게임이다. 이용자 입장에서 시간과 돈을 들이면 무조건 이기는 게임 아닌가. 되게 단순하고 성장이 강하게 반영됐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쉽다. 모바일 환경에 넘어와서 더 심화된 것은 BM(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다. BM이라는 뼈대를 만들고 콘텐츠로 살을 붙이니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너도나도 개발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인적, 물적으로 압도적인 중국 기업들에 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Q. 장르 다변화를 통해 시장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향후 시장 전망을 한다면

A.
다양성을 찾는 이유는 미래에 어떤 게임이 잘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웃음). 하나가 잘 되면 모두가 우르르 그와 비슷한 수준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 의도적으로라도 밸런스를 지키려고 해야 한다. 예를 들면 RPG 득세로 모바일 초창기 타깃층이었던 1020 여성 이용자를 잊고 살았다. 이들을 공략할 만한 캐주얼게임이 내년 다시 떠오르지 않을까. RPG이용자들의 피로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캐주얼게임이 잘되려면 IㆍP (지적 재산권)확보가 유리하다. 이 때문에 IㆍP경쟁도 더 심화될 것이다.

Q. 그렇다면 IㆍP관련 게임을 개발할 때 잊지 말아야할 원칙이 있을까
A.
IㆍP는 공짜가 아니다. 초기 투자가 들어간다. IㆍP를 선택하는 순간에 유저몰이는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대충 만들 공산이 크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IㆍP는 사업의 문제를 강조하고 싶다. 적재적소에 어떻게 IㆍP를 활용할 것인지 판단해서 사용해야 한다. 내후년엔 IㆍP도 질릴 수 있다. 다음 스탭을 항상 고민해서 선택해야 한다.

Q. 게임 개발 측면에서 보면 VRㆍAR 기술 삽입, 게임 사양 고도화 등을 고려해 기술 분야의 혁신도 기대해 볼 만하다
A.
VR(가상현실)로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현재로서 힘들다고 본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길게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하는데 VR은 리얼리티와 피로도, 이 두 가지 문제로 장시간 플레이는 어렵다. 다만. e스포츠의 관점에선 관전모드로 개발한다면 발전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 게임 내 대전 공간에 제3자가 들어가서 보는 방식이다.
모바일게임의 경우는 단말기 사양이 4년전 PC 수준으로 따라온 것 같다. 콘솔을 포함해 모바일과 PC의 수준이 같아진다면 컨버팅이 필요없어지지 않을까. 모니터만 연결하면 스마트폰 자체가 콘솔기기가 되는 것이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2~3년 안에 플랫폼의 경계가 없어지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Q. 인디게임은 어떨까. 이것의 저변 확산이 약화된 토종 게임 경쟁력은 물론, 시장 혁신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A. 가진 돈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인디게임이다. 영화계로 비교하자면 상업 영화의 경쟁력 저 밑 바닥에는 독립영화가 존재한다. 인디가 존재해야 건전한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인디게임 시장은 매우 가능성 있는 구조다. 업계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로 하고 있고 이 분위기를 잘 타고 있다고 본다. 때론 인디게임사들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자기 곤조를 끝까지 끌고 가다보면 언젠간 '돈의 길'을 만난다고 믿는다(웃음). 넥슨도 작품성을 보존한 인디게임이라면 그 게임이 돈을 못 번다 하더라도 가능성을 보고 지원할 생각이다.

Q. 마지막으로 게임의 혁신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A.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존의 것을 계속 탐닉하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모바일게임에 연연하고 있지만 이 분위기가 쭈욱 이어질 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게임 개발에 있어 딜레마는 자기가 지금 잘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놓치고 마는 데에 있다. 지금 해야하는 것과 앞으로 할 것을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7대 3 정도?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과 완전히 다른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게 이노베이션이 되지 않을까.  

 


   

* 정상원 부사장 프로필

● 1993년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졸업
● 1996년 넥슨코리아 입사
● 1998년 엠플레이 대표이사
● 2001년 넥슨 대표이사
● 2005년 네오위즈게임즈 게임제작본부 본부장
● 2010년 ~ 現  띵소프트 대표이사 (겸임)
● 2014년 ~ 現  넥슨코리아 신규개발총괄 부사장

 사진 김은진 기자 ejui77@khplus.kr
윤아름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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