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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병신년 종장(丙申年 終章)
뉴스종합| 2016-12-29 11:30
연말즈음 늘 화제가 되는 교수신문이 선정한 지난해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사리에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때문에 세상이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돌아보면 지난해가 아니라, 올해의 사자성어를 정확히 예언한 듯 해 놀랍다.

예상처럼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와 직장인 대상 설문결과 올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혼용무도를 1위로 꼽았다. 이와 별도로 구직자들은 ‘아무리 구해도 얻지 못한다’는 ‘구지부득(求之不得)’을 , 직장인들은 ‘먹고 사는 데 대해 근심’을 뜻하는 구복지루(口腹之累)’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

혼용무도의 시대, 평균인들의 2016년은 어떠했을까? 보통사람들은 나라걱정에 직장 찾아다니고, 먹고사는 고민으로 팍팍한 한 해를 보낸 셈이다.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란 말이 모든 국민들의 비수를 찔렀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란 공허한 말에 자괴감이 든 것은 원인제공자인 ‘그분’이 아니라 피해자인 우리들이었다.

병신년의 종장, 한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돌아보면 재계도 우울한 한해였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두장면이다.

가장 가까운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도 해도 올해 재계 최고의 뉴스는 지난 6일 여의도의 한 장면이다. 10대 대기업 총수중 9명이 국회 청문회 증언대에 서는 진풍경을 국민 모두가 지켜봤다. ‘5공 청문회’가 열렸던 1988년 12월 이후 28년 만에 재계의 오너들이 다시 한 번 대거 청문회 자리에 앉은 것이다. 기업은 경영만 한다는 원칙이 다시 세워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희망을 얘기하지만, 한차례 ‘청문회쇼’로는 28년의 세월에도 변하지 않았던 정경유착의 짙은 고리가 끊기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선사는 논란 끝에 사실상 청산됐다. 이후 벌어진 물류대란과 한국 해운업의 위상이 추락한 ‘오늘’의 시각에서 그때를 바라보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 밖에 답이 없었는 지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문다. “외형은 세계 3위였지만 막상 들여다보니 껍데기에 불과했다”는게 정책당국자의 얘기지만, 삼면이 바다에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최선의 정책결정인 지를 되묻고 싶다. 답은 궁색해 질 듯 하다. 산업현장과 전문가들의 목소리와 다른 정부의 결정 뒤에는 ‘최순실’이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교수신문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임금)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다. 혼용무대의 시간을 겪은 민초들이 배를 뒤집는 것은 하늘의 이치다.

지난 22일이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였다. 이날을 기점으로 어둠은 조금씩 밀려가고, 낮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한다. 혼란의 밤들이 지나가고, 빛이 들기시작하는 것이다.

병신년이 마감되는 세밑, 어둠의 날들은 2016년의 마무리와 함께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 광장에 자주 울려 퍼졌던 노래의 한 구절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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