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칼럼
[월요광장-권대봉 고려대 교수]개심(開心)과 개심(改心)을 해야 개헌(改憲)할 수 있다
뉴스종합| 2017-01-16 11:26
북한의 핵위협이 심각한 가운데, 중국과 일본의 노골적인 자국 이익챙기기로 인해 한국은 외교안보위기를 맞고 있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자기의 목숨을 바치는 견위치명(見危致命)과 얻을 것을 보았을 때 의로운지 생각하는 견득사의(見得思義)”를 해야 선비라고 논어의 자장 편에 적혀 있다. 심보를 똑바로 써야 선비라는 말이다. 견득사의하지 않고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은 가짜 선비도 있었지만,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제에 항거하며 견위치명을 실천한 진짜 선비도 있었다.

바로 국가보훈처 광복회 독립기념관 공동으로 1992년부터 매년 선정하는 ‘이달의 독립운동가’이다. 2017년 1월부터 12월까지 각각 이소응 의병장, 몽골의 슈바이처 의사 이태준 선생, 33인 민족대표 권병덕 선생, 이상정 임시의정원 의원, 소파 방정환 선생, 장덕준 순국기자. 안중근 의사의 모친으로 임시정부 경제후원회 위원 조마리아 여사, 김수민 농민의병장, 고운기 한국광복군 제2지대장, 채상덕 만주독립군 의군부 총장, 이근주 의병장, 김치보 러시아 대한노인동맹단장이 선정되었다.

‘이 달의 독립운동가’를 선정만하고 말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독립운동가의 견위치명과 견득사의 정신을 배운다면, 위태로운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리더십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지금 한국은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정공백으로 국익이 위협받고 있다. 부통령이 없는 대통령제를 시행하는 한국의 경우, 대통령이 유고이면 즉각 승계하는 제도가 없고 2개월 내에 선거를 통해 다시 선출하게 되어 있다. 국정 최고책임인 대통령직을 국무총리가 단지 대행할 수 있을 뿐이며, 온전한 권위를 가지고 신속하게 대통령직을 승계할 수 있는 규정이 헌법에 없다. 헌법의 중대한 하자이고, 개헌이 필요한 명백한 이유이다.

대통령제를 시행하는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유고이면 즉각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여 잔여 임기를 채우기 때문에 국정공백이 없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후 존슨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였고,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로 사임한 후 포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였다. 의원내각제를 시행하는 영국과 일본의 경우, 다수당의 당수가 총리로서 국정을 총괄하기 때문에 총리가 유고이면 즉시 총리를 뽑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5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개헌 논의를 시작하였다. 1987년 이후 예외 없이 역대 대통령의 측근비리가 발생하였고, 급기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각된 이후 제왕적 대통령의 5년 단임제로는 안 되겠다는 개헌공감대가 생겼다.

현재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대통령과 내각이 권력과 책임을 공유하는 이원집정부제, 다수당 당수가 총리를 맡고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임하는 의원내각제, 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로 바꾸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통령제를 하려면 임명직 총리를 둘 것이 아니라, 선출직 부통령을 두어서 대통령 유고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여 국정공백을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개헌할 필요가 있다.

국회가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조치해야 하지만, 정치지도자들이 마음을 닫고 소통하지 않는다면 개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탄핵결정시기에 따른 조기 대선 가능성으로 개헌에 따른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지속발전과 국민의 안위 차원에서 수정해야 할 헌법적 하자가 중차대함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대해 정치권은 국가적 이익보다는 정파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 안타깝다.

심보를 똑바로 쓰는 정치지도자들이 마음을 여는 개심(開心)과 견득사의와 견위치명의 선비정신을 발휘하는 개심(改心)을 해야 권력구조의 결함을 제거하는 개헌(改憲)이 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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