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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빈손으로 타는 ‘트럼프 롤러코스터’
뉴스종합| 2017-01-18 11:31
“모든 인간관계는 거래다”라고 일갈하는 사람이다. 하나를 주면 적어도 두 개 이상은 되돌려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뼛속까지 기업인’이다. 하루 전까지 주장했던 말이라도 내게 이익이 된다면 언제라도 삼켜버리는 식언의 황제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품위도 없고 논리도 없다. 사용하는 단어들은 “아홉살짜리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AFP)으로 한없이 가볍다. 하지만 분명한 메시지와 엄청난 파괴력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야 만다. 그는 이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들을 전세계에 요구하고 있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전세계는 혼돈과 불확실성의 시대로 빨려 들어간다. 이날 ‘정치 아웃사이더’인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어디로 질주할지 모르는 ‘트럼프 롤러코스터’에 전세계인이 탑승했다.

지난해 11월8일 대선에서 승리한 후 이미 세계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들썩이고 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역린을 건드렸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다음은 어딘지 궁금하다며 ‘하나의 유럽’을 뒤흔들었다.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는 미국 내 투자를 하지 않으면 관세로 응징하겠다고 윽박질렀다. 덕분에 취임하기도 전부터 두둑한 대미 투자계획을 받아냈다.

트럼프 스타일은 명확하다. 거래가 기본이 돼야 하고 대가가 있어야 한다. 트럼프가 부동산재벌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1987년에 쓴 회고록 ‘거래의 기술’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돈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 아울러 거래에서 성공하기 위한 지침으로 ▷크게 생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언론을 이용하라 ▷희망은 크게 보이게 하고 비용은 적당히 써라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등 11가지 원칙을 제시했는데, 이는 대선 레이스 때부터 보여준 정치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취임 후엔 더욱 노골적으로 세계 국가 정상들을 상대로 거래를 제안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트럼프의 거래에 대비해 벌써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세계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도 500억달러 투자와 일자리 5만개 창출을 약속했다. 중국은 트럼프의 잇딴 공세에 당황해하면서도 관리와 학자들을 중심으로 소통채널을 뚫고 진의를 파악하는 등 ‘열공’에 돌입했다.

하지만 한국은 트럼프가 가져올 불확실성 시대에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국정 공백이 수개월 이어지고 있고, 기업인들은 최순실 게이트에 발목잡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때 이미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을 ‘푼돈’이라고 언급하며 공세를 예고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인 트럼프에게 한·미 동맹은 공허하다. 곧 테이블을 펴고 거래를 제안해올 것이다. 우리가 가져올 수 있고 또 내놓을 만한 건 뭘까. 협상 무기와 카드는 있는 걸까. 빈손으로 트럼프 롤러코스터에 오르는 대한민국의 운명이 위태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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