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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지금 왜 도깨비였을까
뉴스종합| 2017-01-24 11:15
“그저 아름다운 사랑놀음이 아닌, 인과응보, 죄짓고 살지 맙시다라는 불변의 진리를 새삼 깨우쳐 준 걸작….”(sura****)

“대통령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 도깨비 때문에 힐링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cine****)

드라마 ‘도깨비’가 끝나자 네티즌들이 남긴 댓글이다. 드라마와의 헤어짐에선 온통 아쉬움이 도배돼있다. 도깨비 위력은 대단했다. 종영땐 시청률 20.5%를 기록했다. 대단한 수치다.

도깨비는 놀이문화 트렌드를 바꿨다. ‘불금’을 포기하고 TV앞에 앉게 하고, 주부는 물론 남녀 청소년, 중년 남성까지‘도깨비 앓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작가의 기가막힌 상상력, 톡톡 튀는 대사, 동화같은 풍경, 선남선녀 케미의 조합이 어울려 그렇게 만들었다. 삶과 죽음, 전생과 환생, 사필귀정과 같은 드라마 핵심 키워드도 열혈 시청자를 양산한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도깨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도깨비 신드롬으로 연결됐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우리 사회에선 도깨비는 일종의 친근감으로 다가온다. 어렸을때 읽은 ‘도깨비 방망이’는 도깨비 존재에 대해 낯설지 않게 해준다. 이웃나라 일본의 도깨비는 무서운 존재지만, 우리의 도깨비는 익살스럽고 개구쟁이 모습으로 자리한지 오래다.

기자 역시 ‘도깨비’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없다. 어렸을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기에 친숙하다. 우리 집안에 무용담처럼 내려오는 얘기와 무관치 않다.

자다가도 술 냄새만 나면 벌떡 일어나셨다는 할아버지는 어느날 초주검이 돼 집으로 돌아왔다. 다리 하나는 거의 부러졌고, 상처투성이에다가 온몸엔 피멍이 가득했다. 거의 기어서 돌아온 할아버지 입에선 술냄새가 풀풀 풍겼다. 그날의 일을 물을때마다 할아버지는 “도깨비와 싸우느라 그랬다”고 했다. 할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술한잔 하고 기분좋게 돌아오는데 재너머 고개 돌무덤에서 도깨비가 나왔고, 시비를 걸어 주먹다툼을 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할머니는 절대 믿지 않았다. 할머니는 그 얘기가 나올때마다 “도깨비는 무슨 도깨비여, 고주망태가 돼서 혼자 자빠지고 또 자빠진 게지”라고 중얼거리셨다고 한다.

그 일이 있고난뒤 ‘도깨비’는 가끔 우리 집안의 대화 주제가 되곤 했다. 도깨비는 실제로 있고 직접 보기도 했다는 집안 어른도 있었고, 산 흙위로 튀어나온 사람이나 동물의 뼈 속에 있는 인 성분이 달빛을 받아 출렁출렁 거리는 파란 빛으로 변하는데, 이것이 도깨비라고 단정하는 어른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간에 그리 도깨비가 무섭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도깨비와 울고 웃으며 2017년 새해를 함께 했다. 도깨비는 많은 깨달음을 남긴 채 사라졌다. 남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것은 업보이며, 서로 사랑하기에도 인생은 짧은 것이며, 권력과 부(富)에 대한 집착은 허망할 뿐이라는…. 어지러운 시대, 의미심장한 교훈이다.

그렇지만 엉뚱한 교훈을 얻은 이도 있는 것 같다. 후배 여기자의 말은 이랬다. “도깨비 드라마 안좋아요. 환생했는데 계속 똑같은 사람 만나는 것, 잔인하지 않아요? 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웃음이 나온다. 그렇지, 사람 생각이 다 같으면 그건 도깨비 세상이 아니지. y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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