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데스크칼럼-김필수] 못 믿을 운전기사3
뉴스종합| 2017-01-25 11:06
‘못 믿을 버스기사’ 칼럼을 세 번째 쓴다. 기자도 이리 될 줄 몰랐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이다.

첫번째 칼럼은 운전을 제대로 못해 운전대를 놓게 된(탄핵소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얘기였다. 승객(국민)의 안전이 달린 문제이니, 내려오는 게 맞다는 논지였다.

두번째 칼럼은 박 대통령 대신 운전대를 잡은 ‘대리기사’ 황 권한대행의 권한범위를 다뤘다. 가속ㆍ감속, 좌우회전, 문 개폐 등 기본적 운행(임기만료된 공공기관장 인사, AI 대응, 긴급경제대책 논의 등)은 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었다.

첫번째 칼럼에는 이견이 거의 없었다. 두번째 칼럼 후 지인이 반박을 해왔다. “그 대리기사도 못 믿겠으니, 운전을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법적 절차에 따라 헌법적 지위를 부여 받았다. 이미 일정 부분 국정을 수행해온 국가서열 2인자이기도 하다. 엄중한 시기에 일단 믿고 맡기는 게 순리다. 게다가 탄핵 인용 후 대선까지 관리해야 할 막중한 임무도 있지 않나.

그런데 뒤통수를 쳤다. 황 권한대행은 대선출마설에 대해 ‘지금은’이라는 단서를 달며 명확한 선 긋기를 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당연히 불안하다. 대리기사가 정식 운전기사 시험을 보기 위해 운전대를 놓겠다는 거 아닌가. 이러려고 권한대행 맡긴 게 아닌데.

그래도 나가겠다면 복잡미묘해진다. 대선에 나가려면 황 권한대행은 공직선거법(53조2항)에 따라 선거 30일 전까지 물러나야 한다. ‘2월말 탄핵 인용, 4월말 대선’을 가정한다면 3월말이 시한이다.(공직선거법 53조1항은 선거 9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보궐선거의 경우 예외조항인 2항이 적용된다) 번갯불에 콩 볶는 일정이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로 가야 하니, 혼란은 불보듯 뻔하다. 무엇보다 이제 대선은 누가 관리하나.

따져보니 다음 서열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두 사람 다 한때 후임자까지 내정돼 물러나는 수순이었다는 건 아이러니다. 황 권한대행의 대권 시나리오가 가동된다면, 나가려다 눌러 앉은 두 사람이 어쨌든 연이어 국정수반까지 오르는 셈이니 말이다.

명칭도 우스워진다. 지금 황 권한대행의 정식직함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법률적 명칭은 아니며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제10조’에따른 행정실무상 명칭)다. 친절한 일부 언론은 이 풀네임을 적기도 한다. 놀라지 마시라. 유 부총리가 권한대행이 되면 명칭만 30자에 달하는 숨가뿐 일이 벌어진다.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저 숨넘어가는, 전설의 이름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이 따로 없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나가는 건 심판이 경기에 뛰어드는 것이고, 대리기사가 차를 방치하고 가버리는 것과 같다. 이런 무책임이 어디 있나. 지금이라도 속히 대선 불출마를 명확히 하고, 권한대행 임무를 성실히 마치는 게 맞다. 친절한 일부 언론이 30자에 달하는 긴 직함을 수고스럽게 적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pil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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