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화계 블랙리스트’ 더 있다
기사입력 2017-01-31 11:08 작게 크게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들이 드러나면서 한창 시끄러울 때, 한 출판사 대표가 블랙리스트를 구할 수 없냐며,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그가 알고 싶은 블랙리스트는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1만 명의 허술한 명단이 아닌 조목조목 이유를 밝힌 한 방송사가 입수한 명단이었다. 그 명단은 양식으로 보아 문체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예술위 등 하위기관에서 따로 정리해 보관한 문서 같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는 그날, 출근하면서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남의 얘기로만 여겨졌던 블랙리스트가 결국 ‘내 일’이었나 싶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책을 낸 적이 있는 이 출판사 대표는 1만명 블랙리스트에 당연히 올랐지만 그렇다고 무슨 특별한 불이익을 받은 것 같진 않았다.

그런데 기억의 속성이 그렇듯 돌연, 어떤 일이 떠올랐다. 좋은 날이 별로 없는 출판사들에게 작은 희망은 우수교양도서에 선정되는 일이다. 선정된 책은 500만원 상당의 책을 구입해주고 이 중 최우수도서로 꼽히면 추가로 250만원 어치 더 사주기때문에 출판사들이라면 누구나 뽑히길 고대하며 매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출판사 대표는 해마다 꾸준히 서너 권 정도는 됐는데 2015년엔가는 거의 안 됐다며, 당시엔 그러려니 했는데 돌아보니 집히는게 있다고 했다.

당시 우수교양도서에 신청한 책의 저자 한 명이 전화가 와서 “책 재고가 있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 했더니, 최종심사에 들어갔던 친한 선배가 자신의 책이 뽑혔더라며 귀띔을 해줬다는 것이다. 마침 재고가 없어 이 출판사 대표는 1000부를 부랴부랴 찍었다고 했다. 그런데 발표된 최종목록에 그 책은 없었다. 돌아보니 그 일이 아무래도 수상쩍다는 얘기였다.

이전에 우수교양도서 선정 심사에 참여해본 기자는 “그렇게 특정 책을 찍어서 배제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지만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이어서 알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이런 얘기를 얼마전, 한 언론학자에게 말했더니 그는 가능한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심사에 여러 번 참여해온 그는 노무현 정부 때도 쪽지가 있었다고 했다. 누구는 어떤 이유로 안된다는 그 쪽지에 따라 결정했다는 것이다.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발언으로 실체가 드러나면서 문체부 장ㆍ차관이 모두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장관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문체부는 국민에게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다. 어떤 일이 구체적으로 벌어졌는지, 알맹이가 빠졌기 때문이다. 문체부 한 관료는 관련자들이 광범위하고 많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덮고 넘어가기에는 께름칙하다. 평창올림픽과 송인서적 부도에 따른 출판진흥책 등 현안은 현안대로 속도를 내고, 밝힌 건 밝혀나가는 노력을 보이는게 문체부 신뢰회복의 길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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