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광장-김성수 연세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교수]통합물관리 위한 물관리기본법…결단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7-02-06 11:40 작게 크게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글로벌 리스크로 기상이변을 꼽았다. 두 번째가 난민문제, 세 번째가 대규모 테러였다. 기상이변은 이제 더 이상 변칙적인 자연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르는 인류의 상시적인 리스크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물을 찾아 유랑하는 기상난민에 이르기까지 물 부족이나 수자원의 불안전성은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인류에게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위협이 되었다는 방증이다.

이는 막연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하다. 산업화, 도시화, 인구증가 등으로 물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반면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수자원의 불안전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뭄이 큰 문제다. 가뭄은 2006년 이후 거의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2015년 충남서북부 등 중부지역 가뭄을 정점으로 이제는 상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수자원의 희소성이 강조되면서 국가의 소중한 자원으로서 물 관리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종합적이고 지능적인 물 관리를 통해 국민의 물인권과 복지를 실현하고 동시에 물에 대한 산업화와 일자리 창출기능의 필요성이 커진 까닭이다. 이처럼 물 관리 여건이 복잡, 다양해지면서 대안으로 대두된 방안이 통합물관리(IWRM)다. 통합물관리란 물의 최적 관리를 위해 물 관리 이해당사자 간의 소통과 물 기술 고도화를 기반으로 수량ㆍ수질ㆍ생태ㆍ문화 등 분산돼 있는 물 관리 구성요소들을 유역단위로 통합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통합물관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은 물론 유역별 물 관리 일원화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물 관리체계는 부처별, 기관별로 다원화돼 있다. 수량과 수질만 해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 관리가 이원화돼 있다. 이처럼 다원화된 물 관리 체계는 사업 간 상호연계성이 부족하고 생산적인 협업도 어렵게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계 전문가와 시민 사회단체 등에서는 통합물관리 실현을 촉구해 왔다. 우리나라의 물관리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통합물관리를 위한 법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1997년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한 적이 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전문성과 독립성 부족 등으로 2005년 폐지됐다. 국회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무려 9차례나 물관리기본법 제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부처 간 이견 등으로 법률제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헌 문제와 관련해 물관리기본법의 헌법적 근거를 명시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120조는 국가의 자원보호의무와 관련해 수력과 수산자원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1987년 당시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서 이 보다는 기후변화에 따르는 국가의 수자원보호의무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의 헌법적 의무로서 수자원에 대한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통합관리, 물에 대한 국민의 기본권과 불복지 보장을 위한 대의명분과 시대적 소명 앞에서 소아적인 부처이기주의나 냉소적 태도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통합물관리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더 나아가 물관리 기술의 진보와 관련 산업의 진흥을 통해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해외진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물관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 출발점이 바로 물관리기본법이다. 이제 국민적 호응과 대의기관으로서 국회의 입법적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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