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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앱스토어 환불 정책 논란]'글로벌 기업의 횡포' 애플, 환불약관으로 한국 소비자 우롱
게임세상| 2017-02-06 14:12
- 미디어 서비스 이용 약관 '모든 거래 환불 불가' 명시
-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 시정명령 이미 경험
- 서비스사 요청에도 불구하고 '환불 불가' 통보 잇따라
- 내부 정책 이유로 관련 프로세스 공유 거절 및 외면

애플 앱스토어가 환불 정책으로 다시 한 번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해 모든 결제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환불로 일관했던, 애플이 이번에는 애플 앱스토어 미디어 서비스 약관에 명시된 '모든 거래 환불 불가' 근거로 결제된 모든 금액에 대한 환불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불 거절은 일반 변심에 의한 환불 요청 거절 외에도 시스템 오류로 발생된 결제, 중복결제, 실수로 인한 결제 등 모든 거래뿐만 아니라 서비스사의 별도 요청까지 모두 외면하고 있어 이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애플의 일방적인 행보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발생했던 '환불 악용' 이슈와, 최근 발생한 '환불 불가' 이슈 모두 애플이 환불 내역 및 관련 프로세스를 공유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지난 2014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애플 앱스토어내 거래 환불 불가와 관련된 약관을 시정조치 했던 까닭에 애플이 안하무인식 사업 대응에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모바일게임 '별이되어라! for Kakao'에서 그동안 아이폰 유저들이 암암리에 이뤄졌던 '환불 악용'이 큰 논란이 됐다. 이 사태는 안드로이드OS를 사용하는 유저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며 게임에서 이탈하게 만들었고, 제작사는 상습 악용 유저들에 대해 법적 처벌을 검토하고 나섰다.

불통으로 문제 악화
'환불 악용'사태는 모바일게임 상담사와 유저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한 남성 유저가 아이폰 환불 악용과 관련돼 문의하자 상담사는 "앱스토어에서 환불에 대한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아 어쩔 수 없다"라는 요지의 답변을 내놨고, 그 녹취록이 그대로 유저들에게 공개됐다. 그것이 유저들에게 공분을 사면서 크게 논란이 됐고, '별이되어라! for Kakao'외에도 다른 게임에 많은 사례가 존재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애플의 내부 방침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그동안 애플 앱스토어는 결제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잦은 중복 결제, 지문 인식기능으로 인한 비인지 상태에서의 결제 등이 많아 환불에 대한 관대한 모습을 보여왔다.
심지어 환율에 따른 차액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소비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모바일게임의 결제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앱 결제를 한 뒤, 환불을 해도 게임 계정에 유지된다는 점이다. 애플의 경우 게임사가 아닌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환불이 가능하고, 구글과 달리 환불 정보가 실시간으로 한국 서비스사 측에 전달되지 않는다.
유저들은 그동안 이 두 가지의 정보를 악용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 수백만원을 결제한 후, 다양한 사유로 환불을 진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모바일게임의 환불 악용은 슈퍼셀의 글로벌 히트작인 '클래시오브클랜'의 국내 출시 직후부터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이 지나서야 논란이 되기 시작한 것은 애플이 업계에서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서비스사들은 악용 사례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이처럼 상습적으로 큰 금액을 환불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애플이 환불 내역을 공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결제 데이터와 비교해보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소비자 '피해 사례 속출'에 뿔났다
현재 애플의 미디어 서비스 이용 약관의 경우 2016년 9월 13일이 최신 갱신일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거래 환불 불가' 약관은 사실상 지난 11월까지는 철저하게 적용한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불 악용과 관련된 논란이 커지자 애플은 내부 정책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고객요청이 있을 시 대부분의 거래에 환불 처리를 해줬다면, 지금은 환불 불가라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내부적으로 지난 11월 이후 환불에 대한 내부 지침 변경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처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나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애플이 태도 전환에 나서자 또다시 피해는 고스란히 게임업계와 유저에게 전가되고 있다. 인기 모바일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을 플레이 한 유저는 "아이템 거래 기능을 이용해 원하는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해 현금으로 백만 원에 달하는 유료재화 구입했다. 하지만 게임의 스타일이 맞지 않고, 아이템 거래도 실패한 상황이어서 구매한 유료재화 고스란히 가진 채 환불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이후 환불을 받기 위해 게임사와 애플 양쪽에 계속 문의하고 있지만 한 달째 받지 못하고 있다. 애플 측 상담사가 이용 약관을 들먹이며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 유저의 경우 게임사에서도 애플에 환불 요청을 해달라고 협조 요청 메일까지 보낸 상황이지만 애플에서는 정책 상의 이유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다른 게임에서도 수차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객의 변심에 의한 환불 거절 외에도 시스템 오류로 결제 피해까지 모두 환불을 거절하고 있다.
극과 극의 운영 방식으로 인해 서비스사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환불정책을 악용한 이용자들이 부당이득을 취함으로써 게임사도 피해를 입었지만, 애플의 환불 불가 강경책은 기존 게임 이용자들까지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현 사태를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뒤늦게 공식 카페 등을 통해 확인해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수의 게임사의 관계자들은 "애플 약관에 모든 거래 환불 불가라고 명시한 것은 게임사 약관과 정면으로 충돌되는 것은 물론, 애플이 환불 프로세스를 공유해주지 않는 한 현재로선 해결방법이 없다"면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옛말처럼 게임사와 유저들만 속앓이하는 형국"이라며 애플의 일방적인 행보에 대해 매우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
그동안 게임사들은 애플의 정책으로 인해 입은 피해가 적지 않다. 사태해결을 위해 게임사들도 관련 리스트 공개나 프로세스 공유 등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내부 정책을 이유로 이에 대한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근본적으로 애플과 게임사가 A/S 과정이 공유된다면 이용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몇몇 게임사들은 애플 앱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는 것을 재고하는 상황이다.

위법 경고 등 강력 조치 필요 '한목소리'
일각에서는 애플이 이번 환불 정책이 단순히 환불 악용을 막기 위함이라고 보기엔 너무 과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애플은 지난 2014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미디어 서비스 약관 외에 다른 '환불 불가' 약관에 대해 시정명령 받았다. '환불 불가'라는 약관이 문제가 되는 부분임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애플 앱스토어 환불 관련 민원이 상당수 들어오고 있어 상황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014년 시정명령을 내렸던 약관과 동일한 약관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소비자보호원의 한 관계자는 "환불은 약관이 우선 적용되는 것이어서 불공정한 약관임을 입증하기 위한 외부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말해 앞으로 피해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 전반에서 현행 애플 약관과 관련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애플은 외부와의 소통 창구도 사실상 닫아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환불 정책과 관련, 애플코리아 측 입장을 듣기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거나 간신히 연결이 되더라도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 답변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해당 약관과 관련해 법무법인 다빈치의 정준모 변호사는 "애플의 약관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과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애플의 모르쇠는'글로벌 기업'의 자부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제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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