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노조 채용비리 근절이 ‘헬조선’ 벗어나는 출발점
뉴스종합| 2017-02-08 11:06
또 노조의 채용비리다. 검찰이 8개월에 걸쳐 한국지엠의 정규직 채용비리를 수사해 발표한 결과는 할말을 잃게 만든다. 한국지엠의 도급업체 소속 생산직 비정규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발탁채용’ 과정에서 매년 수십명씩 서류전형ㆍ면접 점수를 조작해 노조가 요구한 사람을 합격시켰다는 것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천 부평공장 직원 346명 가운데 123명(35.5%)이 이런 식이다. 세 명중 한 명은 뒷돈 주고 들어왔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주고받은 돈이 수십억원에 달한다. 전직 노조위원장의 집 화장실에선 수억원의 돈다발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노조의 채용비리는 잊을새도 없이 연속해서 터져나온다.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 간부들이 취업을 미끼로 수십억 원을 챙기다 들통나 쇠고랑을 찬게 불과 2년 전다. 부산항만노조는 아예 모집책과 자금책까지 두고 여러 사람을 모아놓고 취업설명회까지 열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부산 시내버스 노조 지부장들은 몇달째 대대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비리의 사실 여부 때문이 아니라 드러난 게 워낙 많고 광범위해 수사가 길어진다는 후문이다.

근로자의 10% 내외에 불과한 노조가 노동시장을 흔들고 부패도 심각하다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노조 대 비노조, 정규직 대 비정규직, 장기근로자 대 청년실업자라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일부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근로자는 수천만원의 큰 돈을 들여서라도 정규직만 된다면 그게 이익이다. 연봉이 2배 가까이 오르고 학자금 등 복리후생 혜택이 주어지는데다 정년까지 보장되기 때문이다. 일부 노조의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이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 불합리의 정수가 채용비리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동조합의 비리를 막기 위한 법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태경(바른정당)의원은 감사 선임을 강화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할 정도다. 조합 규모에 따라 감사나 감사위원회(조합원 1000명 이상)를 꼭 두어 회계를 비롯한 각종 비리를 막자는 것이다. 노조도 투명경영을 하라는 얘기다.

물론 회사의 책임도 없는 것은 아니다. 대개의 노조 채용비리는 심지어 전형점수까지 조작해주는 회사와의 짬짜미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노조가 노동자의 꿈을 뒷거래로 사고 팔아 돈을 챙기는 채용비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헬조선은 벗어날 수 없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