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칼럼
[CEO 칼럼-서용식 수목건축 대표] 도시재생의 현실적 대안 찾기
뉴스종합| 2017-02-13 11:18
건축의 개념과 범위를 규정하는 건축법 제1조에는 건축물의 대지ㆍ구조ㆍ설비 기준 및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ㆍ기능ㆍ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쓰여있다. 개인적인 소유의 대상으로 재산권을 행사하는 건축행위와 공공성이라는 전혀 다른 두 단어가 한 문장으로 연결되어 있음이 어쩌면 건축의 본질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는 사실을 새삼 되짚어보게 된다.

한국에서만 유독 아파트로 대체되어온 개발의 패러다임이 국민들의 다원화된 삶의 방식과 더불어 다양한 주거양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양적 공급과 획일화된 개발의 호흡을 멈추고 나니 우리 주변에는 아파트로는 전부 담을 수 없는 다양한 삶의 풍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두 깨닫게 된 것이다.

전면철거를 벗어나 지역민의 삶의 터전과 지역특색을 보존하고 행복한 일상을 위해 주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만들기나 중산층을 위한 브랜드 아파트만이 아니라 경제적 소외계층이나 대학생, 사회 초년생 등의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사회적 주택을 공급하는 일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정비구역 지정과 해제의 부침을 겪으며 난개발의 위험에 놓여있는 저층주거지의 환경을 개선할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문화와 주거환경 재생을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리모델링 지원사업이나 소규모 필지 간 재건축을 지원하는 자율주택정비사업 같은 제도적 방안들은 앞으로 도시재생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과업이다.

아파트 위주로 짜여온 제도의 프레임이 그 동안 소외되어 온 저층주거지역을 향하고 있음은 국민의 40%에 해당하는 다세대주택과 단독주택, 다가구지역 거주민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실제로 아파트에 비해 표준화된 디자인이 어렵고 품질관리와 안전기준이 취약해 슬럼화되기 쉬운 저층주거지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과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그런데도 아직은 최근 통과된 법안에서조차 구체적인 지원범위나 확실한 지원책이 정립되지 않아 민간에서도 이를 활성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실 저층건축이라 불리는 다세대, 다가구 형태야말로 아파트와 같은 고층의 고밀도 건축과 달리 가장 인간적인 스케일의 건축이다. 꼭 부수고 다시 짓는 것만이 아니라 적절한 제도적 지원 속에 증ㆍ개축을 포함한 다양한 리모델링 방식을 통해 동네에 디자인적 가치를 보태고 용적률을 높여 건축주의 사업성을 확보하며 특색 있는 공동의 컨셉을 적용하여 맞춤형 지역재생을 실천하는 등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무엇이 되었든 단발적인 시도에 그치지 않고 지역 기반의 확실한 구심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인적, 경제적, 물리적 토대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 및 확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동력을 만들어가는 힘이 중요하다.

아파트가 단지 내부를 향해 닫힌 공간이라면 저층주거지는 공공을 향해 열려있는 주거공간이며 그 양태가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주거모델과 개별 지역 특성에 맞는 더욱 구체적인 재생 방식, 세분화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 다행히 관주도의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되지 않은 서울시 대다수의 지역들이 이제부터 주민주도형 마을만들기 사업 같은 민간과 주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협력을 통해 역으로 도시재생의 핵심 축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있다는 사실은 서울시민으로서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기회이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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