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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넘사벽을 넘어서
뉴스종합| 2017-02-14 11:21
‘넘사벽’이란 말이 있다. 넘어설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힘으로는 격차를 줄이거나 뛰어넘을 수 없는 벽 혹은 상대를 일컫는 요즘 젊은 세대의 신조어이다. 예 들어 우리나라 중산층의 대부분은 부자가 부자인 이유를 부모가 부자여서, 빈곤층이 빈곤층이 된 이유를 부모가 가난해서라고 믿고 있다. 이런 보이지 않는 장벽이 넘사벽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넘사벽을 스스로 쌓고,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흙수저 빙고게임이라는 것이 떠돌고 있다. 가로·세로 다섯 줄의 25칸 마다 다음과 같은 같은 들이 나열되어 있다. ‘집에 욕조가 없다’ ‘고기요리는 주로 국물형태로 먹는다’ ‘인터넷 쇼핑할 때 최저가를 찾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등등. 이런 조건들이 줄 맞춰 5개 이상 걸리면 ‘흙수저’라고 한다. 금수저도 아니고 은수저도 아닌 별볼일 없는 계층이라는 것이다.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재미 삼아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웃음에 앞서 서글픔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흙수저와 금수저를 구분 짓는 부모의 경제력이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자식세대들이 살아갈 수 없을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속이나 증여로 받은 자산의 비중이 점차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27%였던 상속증여 비중이 2000년대에는 무려 42%까지 상승하였다. 자신의 1억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이중 4200만원만을 부모로부터 물려 받았고, 자신이 직접 축적한 자산은 5800만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씁쓸하지만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실제 강남의 알짜 상권으로 통하는 ‘가로수길’에 있는 건물의 10곳 중 4곳이(35%) 상속이나 증여를 통한 대물림인 것으로 나타나, 이런 수저계급론을 뒷받침해주고 잇다. 영국의 경우 증여받은 자산의 비중이 56.5%(2000년대 기준)로 이런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저성장국면에서 부의 양극화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 계속 흙수저로 남을 것인가? 만약 부모로부터 상속받을 재산이 없다면, 본인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갑자기 학력을 쌓을 수도 없다. 사실 과거 고도성장기와 같이 기회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이 저성장, 저금리시대이지만, 방법은 있다. 그것은 ‘자산관리’를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산관리는 부자나 하는 것 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관리는 소득이 적을수록, 자산이 적을수록 더 필요한 것이다. 실제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산관리 하고 있는 직장인의 자산은 평균 2.3억원인 반면, 그렇지 않은 직장인 1.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2016 대한민국 직장인 보고서). 월평균 저축액도 자산관리하는 직장인은 8800만원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4300만원으로 적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자산관리를 하는 직장인 중 월소득이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사람의 자산규모가 1억3000만원으로, 같은 수준의 소득 올린 사람 중 자산관리를 하지 않는 직장인의 자산 6000만원에 비해 2배이상 많았다. 사실 이 정도의 자산은 자산관리를 하지 않는 월소득 300~400만원의 직장인 자산(1.4억원)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자산관리가 계층간의 이동도 가능케 할 수 있는다는 중요한 근거이다. 이제 답은 자명해졌다. 흙수저가 될 것인지, 금수저가 될 것인지는 부모를 잘 만나지 않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 오직 자산관리만이 경제적으로 계층상승을 가능케 해주며, 자산관리만이 ‘넘사벽’을 넘을 수 있는 우리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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