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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칼럼-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한국미술관협회장]제4차 산업혁명과 예술의 중요성
뉴스종합| 2017-02-15 11:15
작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던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의 주요 의제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선언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은 대선 주자들이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공약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는가 하면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는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드론(무인항공기), 가상현실, 증강현실, 디지털 헬스케어, 공유경제, 자율주행 자동차, 3D 프린팅, 인공지능 및 로봇공학, 유전공학, 뇌과학, 빅데이터 분석 등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역이라고 말한다.

언뜻 보기에도 물리학, 디지털, 생물학 영역에 기반을 둔 최첨단과학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주도하는 추진 동력으로 보여진다. 과학기술의 시대에 예술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없을 것 같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4차 산업혁명시대 오히려 예술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예술의 필요성을 확신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네 가지 능력을 제시했는데 모두 인간의 본질적 특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바로 인간의 지성, 정서, 영혼, 몸이다. 이는 그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제4차 산업혁명이 주는 기회가 강렬한 만큼 그것이 불러올 문제점 역시 벅차고 무겁다…기술이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에 대해 모두가 정확히 인지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행복을 파괴하기보다는 향상시킬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예술은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이 무엇인지 등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12세기 신비주의 대표 신학자인 성 빅토르의 후고도 예술의 목표와 의도는 ‘인간 본성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거나 덧없는 삶이 종속되어 있는 불가피한 결함들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급격한 변화에 인간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 성찰하는 철학적 사유는 최첨단기술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이다.

그만큼 예술의 중요성도 커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다보스포럼의 ‘미래고용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72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의 시대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군은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 성악가, 애니메이터, 만화가, 무용가, 안무가, 가수 순이었다. 최첨단과학기술로도 문화예술인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는 증거다.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신세계가 인간에게 축복일까, 재앙일까를 결정하는 열쇠를 예술이 쥐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이에 부응하는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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