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이재용 구속은 삼성의 미래에 족쇄를 채운 것
뉴스종합| 2017-02-17 11:1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78년의 삼성 역사상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7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곧 삼성의 위기를 의미한다. 일부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환골탈태하면 오히려 삼성에 이익”이라느니 “회장 없다고 회사가 망하면 그게 기업이냐”고 주장한다. 참으로 한국 기업의 현실을 모르는 답답한 얘기다. 물론 당장은 시스템으로 굴러간다. 오히려 리더 부재기에 전직원이 심기일전 일치단결로 평온함을 유지할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건 현상유지일 뿐이다.

문제는 미래다. 한국의 어떤 CEO도 미래를 결정할 경영판단은 불가능하다. 그들은 단기적인 실적에만 집중한다. 경영 효율을 위한 실행능력만이 중시된다. 단기 전략도 실패하면 곧바로 책임져야 하는게 임명형 CEO다. 5년 후,10년 후를 위한 경영전략은 오래하겠다는 야욕으로 치부된다.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은 오직 오너만이 할 수 있다. 모든 그룹의 컨트롤타워는 오너의 결정을 보좌하는 역할일 뿐이다.

그래서 총수의 공백은 그룹이 미래로 가는 발걸음의 중단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의 미래에 족쇄를 채운 일이라는 건 그런 의미다. 지금 삼성전자는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지만 지금의 사업구조가 미래까지 보장되는 건 아니다. 기존사업에대한 투자와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미리 마련해야만 한다. 이 부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다양한 글로벌 벤처와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투자하는 삼성넥스트를 진두지휘해왔다. 당장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차질이 생겼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기존 사업에 대한 대규모 시설투자에도 제동이 걸림은 물론이다.

이 부회장 구속에대해 경총과 무역협회가 즉각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논평을 내고 블룸버그통신이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회사의 상승세를 위태롭게 하는 특별한 조치”라고 분석하는 것은 그같은 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영장발부가 이 부회장의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죄가 확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계속될 구속적부심사 청구, 기소 후 보석 청구 등 공방 과정을 총수 구속상태로 진행할 이유는 없다. 성장엔진이 식지않도록 총수 공백기간은 최소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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