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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사회’…마케팅, 기업 중심시대 끝났다
라이프| 2017-02-17 11:38
전통적인 마케팅은 시장을 세분화하고 주 소비층을 정한 뒤, 이들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진행된다. 어떤 제품을 소비할 특정 소비 집단이 존재하는 걸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장을 세분화하는게 무의미해졌다. 기업들이 알던 종래 전통적인 시장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고객은 커뮤니티들로 이뤄진 수평적인 망 속에서 연결돼 있다. 이들에게 접촉하려면 ‘허락’과 ‘인증’이 필수다. 과거의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 디지털시대 기업은 어떻게 시장과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할지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마케팅의 구루’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역시 불과 7년 만에 자신이 내놓은 마케팅 전략을 전면 부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코틀러는 제품 중심(마켓 1.0)에서 고객 중심(마켓 2.0)으로, 이어 인간 중심(마켓 3.0)으로 전환해가는 시장의 변화를 통찰해왔고, 마켓 3.0을 통해 마케팅의 미래는 인간의 가치를 수용하고 반영하는 제품과 서비스, 기업문화를창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가 이제 생산자 중심구조는 끝났다고 선언한다.
생애 마지막 저서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마켓 4.0’(더 퀘스트)에서 코틀러는 우선 디지털시대 마켓 4.0의 특성을 수직적, 배타적, 개별적인 데서 수평적, 포용적, 사회적으로의 힘의 이동으로 설명한다.
그는 마켓 4.0 시대 가장 강력한 힘으로 초연결성을 꼽는다. 이를 ‘뉴 노멀’(new normal), 즉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으로 부른다. 연결성은 종래 ‘고객 집단’이란 개념을 초월한다. 이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수요는 분산돼 있고 이질적 시장이 공존한다. 지금까지 대기업은 자신들의 둘레에 진입장벽을 둘러쳤지만 초연결성은 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새로운 시장 진입은 쉬워졌고 제품 개발과 브랜드 구축에 드는 비용도 줄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은 과거에는 예측하지 못했던 산업에서 출현했다. 기업의 경쟁력이 더는 규모나 출신국가, 과거의 강점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보다 작고 젊고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저자가 “마케팅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게임체인저”라고 부르는 이유다.
또 하나의 주요 흐름은 수평적 관계다. 천편일률적인 제품보다는 소비자 각각의 개성을 반영할 수 있는 취향 기반의 제품이 선호된다. 앞으로 이런 개인화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제품과 서비스는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개인의 필요에 맞춰지고 더 개인적 성격을 띠게 된다. 혁신도 과거엔 천재에 의한 톱 다운 형식이었다면, 이젠 현장이 혁신의 중심이 되고 있다. 고객 참여를 기획개발과 서비스 등 경영 전반으로 넓힌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하위문화가 주류로 부상한 권력 이동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젊은이, 여성, 네티즌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커뮤니티, 친구, 가족으로 이뤄진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이 힘의 원천이다.
브랜드가 사랑받으려면 이젠 광고보다 커뮤니티의 평가와 추천을 받아야 한다. 제품의 진정성, 정직성이 중요해진 것이다. 고객과 의미있게 연결되는 방법, 진정한 친구가 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코틀러는 마켓 4.0시대에 맞춰 마케팅의 기본 요소로 새로운 4C를 제시한다. 공동창조(co-creation), 통화(currency), 공동체 활성화(communal activation), 대화(conversation)가 그 것. 고객이 구매에 이르는 이동 경로 역시 수정이 불가피하다. 인지, 호감, 질문, 행동, 옹호의 과정을 통해 고객을 옹호자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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