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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역수지 계산법도 뜯어고친다…거세지는 보호무역
뉴스종합| 2017-02-20 09:32
-‘재수출품’을 ‘수입’으로 계산…무역적자 증액 의도
-재수출 가장 많은 멕시코와 캐나다 타격
-NAFTA, 한미 FTA 등 재협상 압박 수단될 듯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무역수지 계산법 수정을 검토 중이라고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새로운 계산법이 도입되면 이제 미국 내 원료를 들여와 재수출하는 방식은 ‘수출’이 아닌 ‘수입’으로 분류된다. 결과적으로 수입 책정분이 늘면서 무역 적자폭이 확대되는 것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등 무역협정 재협상을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WSJ에 따르면 새로운 무역수지 계산법은 미국의 전체 수출품 금액에서 ‘재수출품(re-exports)’ 금액을 제외한다. 즉, 기존엔 원료를 미국으로 수입해 들여와 재수출한 경우 ‘수출품’에 포함해 계산했지만 새 방식이 도입되면 재수출품은 수입품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사진제공=AP]

새로운 계산법을 적용하면 미국의 대(對) 멕시코 무역 적자 폭이 2배가량 늘어난다고 WSJ가 전했다. 지난해 대 멕시코 무역 적자는 631억 달러(72조 5650억 원) 였다. 새 접근법을 적용하면 멕시코와의 무역 적자폭은 1154억 달러(132조 7100억 원)로 뛴다.

2016년 기준, 미국의 재수출품이 가장 많은 국가는 멕시코였다. 이어 캐나다, E.U, 홍콩, 중국, 일본 순이다. 이번 무역수지 계산법 변경이 NAFTA 재협상 추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계산법까지 뜯어고쳐가며 수치상 무역 적자폭을 높이려는 의도는 매우 정치적이다. 그동안 무역수지 데이터는 의회에서 기존 무역협정의 유지, 재협상, 폐기를 위한 가장 중요한 근거로 활용됐다. WSJ은 “무역 적자폭이 커지면 무역협정 재협상의 필요성이 놓아지고 관세 부과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며 “무역협정 재협상을 추진 중인 트럼프 정부엔 탄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의 무역 정책을 비판하고 NAFTA 등 무역협정의 재협상 또는 폐지를 주장해왔다. 취임 직후 일본 등을 포함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에서 탈퇴했다.

그는 대선 기간 내내 한미 FTA도 비판했다. 한미 FTA에 대해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 ‘재앙’이라며 당장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다만 지표상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수지는 나쁜 수준이 아니어서 무역협정을 뜯어고치기 위한 추진 동력은 약한 상태다.

미국 내 경제학자들도 “무역협정이 국가의 무역수지를 좌우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트럼프 팀은 무역 적자가 미국 경제의 약점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보고 있다.

국제통상교섭을 담당하는 미 대통령 직속 기관인 무역대표부(USTR)도 새 계산법 도입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측의 검토 요청에는 응했지만 새로운 계산법 도입에 반대하는 내용 일부를 보고서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페인 그리핀 USTR 부국장은 WSJ에 “이 아이디어는 초기 논의 단계로 채택할 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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