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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금으로 위험대비를”…金비중 꼴찌 한은 “달러가 최고”
뉴스종합| 2017-02-20 09:45
환율전쟁으로 통화 불안 커져
최근 중앙은행들 금매입 늘려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인플레이션이 크게 상승하면 결국 금 가격이 오를 것이다. 금이야말로 ‘기축통화’(primary global currency)라고 본다.”

1987년부터 2006년까지 20년 간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군림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관측이다.

[사진=pixabay]

그린스펀은 최근 세계금위원회(WGC)의 ‘골드인베스터’ 겨울호에서 선진국 경제의 불황 속 물가상승, 즉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와 함께 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도한 양적완화에 의존했다고 비판하고, 이처럼 재정이 불안정할 경우 통화정책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재정ㆍ통화정책의 균형을 잡아줄 대안으로는 과거처럼 정치적 이해가 개입하지 않는 금본위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린스펀의 주장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경제가 경기 회복이 부진한 가운데 물가가 급등하는 저성장ㆍ고물가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최근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그린스펀의 충고와 달리 금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2013년 2월부터 104.4t(장부가 47억9000만달러)에서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당시 20t을 사들인 것을 마지막으로 4년째 매입이 중단된 상태다. 한은이 금을 한창 매입했던 2011∼2012년 국제 금 시세는 온스당 1570∼1730달러대였고 현재는 1200달러대 초중반 정도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 ‘사자’ 행렬을 지속하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WG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금 보유량을 383.6t 늘렸다. 2015년 매입량(576.5t)에 비해 33% 적지만 7년 연속 순매입 기록이다. 지난 4분기(10∼12월)엔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매입량이 114.4t나 증가했다.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등 최근 수년새 금 보유고를 늘려온 국가들이 주도했다.

또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우리는 1.0%에 불과하다. 미국(73.8%), 독일(67.6%), ECB(25.6%) 등은 금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고, 일본은 2.3% 정도다. 외환보유액 총액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7위지만 금 보유액은 33위다. 금 비중은 거의 꼴찌 수준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금을 매입하려면 장기적으로 금값이 오르고, 반대로 달러가치는 떨어진다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재정투자에 나서자 주식도 오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규모 (금 매입) 베팅을 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명국 한은 외자운용원 운용기획팀장은 “외환보유액 규모, 국제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서 “금 자산의 유동성, 안정성, 수익성 등을 고려해 중기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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