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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한달①] “내 대통령이 아니다” 둘로 쪼개진 미국
뉴스종합| 2017-02-20 10:30
-‘대통령의 날’을 맞아 전국서 반발 시위
-트럼프에 대한 찬반 50 대 50으로 팽팽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지 한달이 됐지만 미국 사회의 분열은 더욱 극심해졌다. 트럼프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여론은 거의 50 대 50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대통령의 날’을 앞둔 주말 미 전역에서는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2월 22일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생일을 기념해 2월 셋째주 월요일을 ‘대통령의 날’로 지정했다. 트럼프 취임 한달째이기도 한 이날 전후로 수많은 시민이 “내 대통령의 날이 아니다(Not My President’s Day)”라는 슬로건 아래 모였다.

19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벌어진 반(反)트럼프 시위 [출처=게티이미지]

▶‘대통령의 날’ 맞아 전국서 반(反) 트럼프 시위=지난 18일에는 서부 LA부터 동부 뉴욕까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19일에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1000명 넘는 인파가 성조기를 흔들며 “나도 무슬림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참가해 “미국은 모든 신념과 신앙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보스턴에서 과학자 수백명이 트럼프에게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페이스북을 통해 시작됐다. 해당 페이스북에는 20일 뉴욕 시위를 앞두고 4만7000명이 “관심이 있다”, 1만4000명이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뉴욕 시위를 주도한 노바 칼리스는 “우리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트럼프가 우리를 대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는 지난 18일 플로리다주에서 지지자 9000명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유세를 펼치며 세를 과시했다. 이날 트럼프는 전임 오바마 정권을 비난하고, 국경 통제 강화 등을 약속했다.

19일 포린폴리시(FP)는 “트럼프가 끔찍한 한달 성적표를 받았다”며 “보통 대통령 취임 후 한달은 허니문이지만 매일 터지는 뉴스를 따라잡기도 벅찰 정도로 혼란스러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FP는 반이민 행정명령과 같은 미숙한 절차, 정부 관리와 트럼프의 엇박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직을 거부한 로버트 하워드처럼 적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하는 것을 꺼려해, 행정부 관리 지명도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지지자 9000명이 모인 가운데 유세를 펼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처=게티이미지]

▶찬성 48% vs 반대 47%…극명하게 갈린 민심=트럼프는 지난달 20일 취임식 당시 ‘통합’을 강조했지만, 취임 이후 행보를 보면 ‘분열’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모든 것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이같은 트럼프의 행보에 미국 국민들의 민심은 정확히 반으로 쪼개졌다.

최근 폭스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언론보다 트럼프 행정부를 더 믿는다”라는 응답은 45%였다. “트럼프 행정부보다 언론을 더 믿는다”라는 응답은 42%였다. 응답자의 10%는 “둘다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 통치에 대한 찬성은 48%, 반대는 47%로 팽팽하게 갈렸다.

해당 조사는 지난 11~13일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지난 17일 트럼프가 역대 대통령의 취임 후 한달 평균 지지율보다 21%포인트 낮다고 전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후 한달째 지지율은 평균 61%였지만, 트럼프는 40%에 불과했다. 기존에 꼴찌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1993년, 51%)보다도 11%포인트 낮은 수치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8%에 불과했다. 특정 정당 지지자 사이에서 한자리 숫자 지지율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트럼프는 87%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트럼프가 임기를 시작할 때 지지율은 45%였지만, 한달 새 5%포인트가 내려갔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는 반이민 행정명령,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낙마 등이 꼽힌다.

해당 조사는 지난 13~15일 1527명으로 실시됐다.

한편 트럼프의 언론 탓에 대해 공화당은 물론 보수 언론조차 “독재의 시작”,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19일 N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의 무조건적인 언론 비난과 관련 “바로 독재자들이 독재를 시작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폭스뉴스의 앵커 크리스 윌러스는 시청자들에게 “‘가짜 뉴스는 내 적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적’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은 중요한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는 트위터에 뉴욕타임스, CNN 등을 언급하며 그같은 발언을 했다. 지난 15일에도 트럼프는 CNN, MSNBC를 언급하며 “가짜 뉴스는 음모론과 뿌리깊은 증오로 미쳐있다”고 밝혔다. 반면 폭스뉴스에 대해서는 “훌륭하다”고 말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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