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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위기에 美ㆍ中ㆍ日 웃는다
뉴스종합| 2017-02-20 09:58
-총수 공백 삼성, 공격적 대규모 투자 위축
-미,중,일 등 미래 먹거리 투자 경쟁 가열
-중국업체 도전도 갈수록 거세…위기의 삼성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삼성의 위기는 일본 기업에 절호의 만회 기회다”(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실질적인 총수의 구속으로 삼성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은 수용자번호 배지가 붙은 양복을 입고 포승줄로 묶인 채 내외신 카메라 앞에 섰다. 이 부회장의 모습은 삼성그룹에 닥친 시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BBC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삼성은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당장 삼성에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은 최소한 몇달동안 총수 없이 경영된다.

삼성 오너가 경영에서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약 2년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이 받아들이는 충격파는 지난 2008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당시 이 회장의 빈자리는 전무였던 이 부회장이 채웠고, 총수 부재 상황을 미리 준비할 만한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 부회장이 전격 구속되면서, 삼성은 아무런 대안없이 총수유고사태를 맞았다.

시장은 삼성이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조직인만큼 당장 일상적인 경영에 여파가 클 것으로 보진 않고 있다.

반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에는 적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일부 시장전문가들은 “삼성발(發) 혁신은 당분간 보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지난 몇년간 삼성그룹에서 많은 변화를 이끌어낸 인물이 이 부회장이란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경영전면에 나선 2014년부터 삼성의 사업구조를 바꿨다.

주로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9조원을 베팅한 전장기업 하만 인수 외에도 최근 3년동안 해외기업 15곳을 사들였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서 기술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대상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란 구심점이 사라진 삼성이 당분간 대규모 M&A를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투자는 오너의 결단으로 단행되고, 전문경영인들은 무리수를 두는 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의 시련은 미국과 중국, 일본 기업에는 호재다.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에도 일본 기업들은 삼성이 주춤하는 사이 반도체와 TV시장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반격을 꾀하기도 했다.

당시 이미 신수종 사업인 태양광과 발광다이오드 등 몇몇 사업에서는 삼성 계열사 역량이 경쟁사에 뒤처지기도 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했지만 삼성이 2~3년 뒤늦게 스마트폰사업에 진출한 것도 무관치 않다.

삼성의 위기를 둘러싼 시장 상황은 유사하다.

삼성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술적인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몇년후에도 보장된다고 장담할수 없는 실정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지속적으로 선행투자를 해줘야 기술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업종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멈춘 틈을 타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종합반도체 1위업체 인텔은 작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시장 1위를 지키는 부문이다.

인텔이 반도체R&D에 투자한 금액은 127억5000만 달러(약 14조6000억원)다. 이는 전세계 반도체 R&D 지출의 4분의 1(23%)을 차지한 규모다.

인텔의 투자액은 퀄컴과 브로드컴, 삼성전자의 반도체 R&D 지출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다.

후발주자 중국의 추격도 매섭다. 중국은 향후 10년동안 170조원(1조위안)을 반도체 사업에 투자키로 한 상태다.

중국이 국가차원에서 1차 목표로 잡은 기업은 삼성전자다.

디스플레이산업에서도 중국의 BOE, 차이나스타와 일본 샤프 등은 경쟁사업체 모두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해 10.5세대 공장을 착공한 BOE 등은 내년 1분기부터 생산을 본격화한다.

삼성은 그룹 수뇌부가 사정기관 수사를 석달째 받으면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늦어도 1분기엔 투자를 결정해야 LCD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입지는 잔뜩 위축돼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사태로 한차례 홍역을 겪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이 단종된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전세계 시장 점유율 1위자리를 애플에 내줬다.

중국의 화웨이, 오포, 비보 등 후발업체들도 시장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3월말 전략폰 ‘갤럭시S8’을 공개하고 4월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력업종인 스마트폰사업이 재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하지만 부도덕한 기업 이미지가 시장에 어떻게 영향미칠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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