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北 허술한 작전, 아직도 미스터리
뉴스종합| 2017-02-20 10:29
-여권 노출, 엉성한 수법, 독극물 정체는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암살을 둘러싼 ‘북한 배후설‘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이 19일 김정남을 암살한 용의자들을 북한인으로 특정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것이 의문투성이다. 

▶ 유력 용의자 모두 北 국적…왜?=이번 암살에 제3국 여성이 동원되는 등 새로운 테러 수법이 선보였지만, 일주일 만에 용의자들의 신원이 파악되는 허술한 면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노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 차장은 19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김정남 암살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북한인 5명을 특정했다. 용의자는 지난 17일 체포된 리정철(47)을 포함해 사건 직후 말레이시아를 떠난 리지현(33)ㆍ홍송학(34)ㆍ오종길(55)ㆍ리재남(57) 등 5명이다. 말레이 당국은 위조여권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은밀하고 조용한’ 처리를 위해 위조여권을 사용했던 과거 북한 공작원들의 행보와 대치되는 것이다. 대한항공 KAL858기 폭파범인 김현희도 사건 당시 일본 여권을 소유하고 있었다. 용의자들이 특수훈련을 받은 전문 요원임에도 ’북한 국적‘이라는 정황상 증거를 남긴 이유가 석연치 않다. 


전문 암살요원 아닌 외국인 여성 동원…왜?=북한이 전문 암살요원 대신 어설픈 외국인 여성 2명을 내세웠다는 점도 의문이다. 범행 이틀, 사흘만에 붙잡힌 여성용의자 도안 티 흐엉(29ㆍ베트남)과 시티 아이샤(25ㆍ인도네시아)는 경찰에 “돈을 받고 장난 동영상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취조 끝에 “용의자 남성들과 범행 수일 전부터 네 차례의 사전 예행연습까지 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흐엉의 경우 범행 당시 얼굴을 가리지 않아 공항 CCTV에 얼굴이 그대로 찍혔고, 사건 현장에 다시 나타나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흐엉이 체포되는 사이 북한 용의자들이 세간의 눈을 피해 출국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를 감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말레이 수사당국은 흐엉과 아시야의 기소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극물의 정체는?=김정남의 사인은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말레이 경찰당국은 기자회견에서 독성물질을 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말레이 당국은 김정남의 시신을 부검했지만,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공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말레이 당국이 아직 김정남에 사용된 독극물 종류를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용의 선상’에 오른 독극물은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강한 식물성 독인 리신, 비소, 호흡계를 파괴하는 스트리크닌, 복어 독으로 유명한 테트로도톡신, 신경성 독가스 VX 등이다.

이외에도 암살이 신원과 동선이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공항에서 발생했다는 점, 유력 용의자 리정철이 도주하지 않아 자택에서 체포됐다는 점 등이 의문으로 남아있다. 현재 리정철은 “억울하다”며 범행 가담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