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칼럼
[특별기고-최정호 국토교통부 제2차관 ] 민자사업, 철도의 명품 조연으로!
뉴스종합| 2017-02-20 11:38
조연도 명품이 있다. 단골 조연인 영화배우 오달수는 우리나라 최초로 1억 관객을 동원했다. 훌륭한 조연은 주연을 빛내기도 하고 영화의 재미나 구성의 완성도를 높이기도 한다. 철도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철도 역사 118년 동안 철도의 주연은 국가였다. 그러나 늘어나는 철도수요를 충족하고 부족한 재정을 보완하기 위해 2001년 인천공항철도의 개통을 시작으로 신분당선, 서울 지하철 9호선 등 철도에 새로운 조연이 등장했다.

철도는 건설에만 수조 원이 드는 대형 SOC 사업이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갈수록 부족해지는 국가 재정여건을 고려할 때, 제3차 국가철도망계획(2016~2025년) 같은 철도 미래 청사진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민자사업은 최선의 캐스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자사업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운임 상승에 대한 우려들이 있다. 재정으로 건설한 철도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판에 민자사업 요금에는 운영비뿐 아니라 건설비까지 더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간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배우 오달수처럼 주연을 능가하는 명품 조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기대를 담아 철도 민자사업의 정책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건설업체 중심의 사업추진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현재는 건설사들이 사업을 발굴ㆍ시행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그런데 건설사는 건설물량 확보에 관심이 많지만 사업비 최적화 등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반면 금융기관 등 재무적 출자자(FI)는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비를 최적화하고 효율화하는데 더 많은 역량을 쏟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무적 출자자들이 각 분야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주도적으로 사업을 기획한다면,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의 질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운영을 보다 효율화하고자 한다.

요즘 역무실에서 티켓을 사거나 정보를 얻는 승객은 거의 없고 대부분 교통카드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역무실을 최소화해 시설비를 절감하고 역무 인력은 노인·장애자 등을 안내하거나 승강장 등 안전관리 쪽으로 전환한다면, 효율성과 안전성이 모두 강화될 수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활용도 필요하다. 교통카드를 통해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이용자가 몰리는 시간대와 이용구간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열차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고객편의 제고는 물론, 불필요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셋째, 역세권 개발 등 부대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부대사업을 통해 철도계획과 도시계획을 함께 고려하게 되면 도시와 교통이 일체적으로 개발되는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부대사업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재원으로 운임을 인하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끝으로, 민자사업도 국민을 위한 철도 사업이므로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다. 민간사업자도 일반 기업처럼 단기간의 수익만 추구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과감한 혁신은 물론 공공재인 철도 인프라 건설과 개통 후 운영까지 전체 과정에서 국민과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길 때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으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주연과 조연은 관객에게 좋은 영화를 보여주기 위한 역할의 배분일 뿐이다.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때, 민자철도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명품 조연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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