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탄핵 갈등이 내전 수준인데 대선주자들은 뭐하나
뉴스종합| 2017-02-20 11:35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가까워지면서 촛불과 태극기 세력간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해방 직후 친탁과 반탁 대립이 떠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이라면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심각한 불복종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 후유증이 어떨지는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그러나 위기와 갈등의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정치인, 특히 대선 후보급 정치인들은 말리기는 커녕 광장의 불길에 부채질이다.

지난 주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는 ‘국민저항본부’ 발족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는 평화적 방법을 고수해 왔지만 앞으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주최측 입장이다. 이날 연단에서는 ‘사즉생(死卽生)’, ‘결사 항전’ 등의 과격한 표현이 쏟아져 나와 이전에 없던 비장함이 감돌았다. 헌재가 탄핵 인용을 결정하면 목숨을 걸고 저항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전을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바로 옆 광화문 촛불집회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 하지만 탄핵이 기각되면 ‘국민 혁명’도 불사한다는 분위기가 시종 팽배했다. ‘박근혜 구속’을 외치는 강도도 한결 높아졌다. 헌재 심판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으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주자들이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 의연하게 행동해야 할 때다. 개인적 이해를 떠나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고 헌정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하는 게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다.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불과 일주일 전 헌재 결정에 승복하자고 약속했다. 정치권이 갈등 해소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인데, 대선주자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민심을 따른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보다는 정치지도자로서 책임감을 더 생각해야 한다. 군중 집회에 나가 얼굴도장이나 찍으러 다닐 때가 아니다. 모인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얘기만 늘어놓아 군중심리를 자극해서는 안될 일이다.

지금 한국은 그야말로 전방위 위기 국면이다. 경제는 더 고꾸라지고 안보 불안도 어느 때보다 높다. 온 국민이 똘똘 뭉쳐도 극복이 어려운 판에 국론이 갈라지고 내전에 버금가는 혼란으로 이어진다면 어떠한 결과가 초래될지는 뻔하다. 이 과정에서도 대선주자들의 역할이 절대 필요하다. 집권을 원한다면 통합과 협치의 리더십을 보여라.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국민들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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