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흡연청소년, 44사이즈 꿈꾸다‘거식증’될라
라이프| 2017-02-23 11:08
-중고생 3만1090명 다이어트 경험 분석
흡연학생, 약물복용·단식 비흡연자보다 많아
식후 구토 등 해로운 시도도 흡연여학생이 3배
건강한 성장 위해 ‘위험한 행동 노출’ 막아야


#다음달 고등학교 2학년이 될 예정이었던 이모(17) 양은 2년 전 담배를 배웠다. 호기심보다는 살을 빼기 위한 이유가 컸다. 중3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워터파크에 놀러갔다 살이 쪘다는 생각에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입지 못했다는 이 양은 “담배가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말에 혹했다. 수시로 식사까지 거르다 음식을 먹으면 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키가 162㎝인 이 양의 체중은 2년 전 절반 수준인 30㎏대 초반이다. 이 양은 몸을 추스리기 위해 결국 올 1학기를 휴학했다. 하루 2갑 가까이 피우던 담배도 끊기로 마음먹었다.

이 양처럼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청소년보다 약물 복용, 단식 등 극단적인 다이어트 표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담배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근거 없는 속설이 흡연을 부추기고 있다”며 “외모에 신경 쓰는 청소년의 흡연은 다이어트와 병행되는 경우가 많아 자칫 거식증까지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가정의학과의 조영규 교수팀은 2014년 정부가 실시한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 참여자(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3만1090명의 다이어트 경험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최근 확인했다.

조사 결과 흡연 남학생은 전체 1만1632명 중 1547명(13.3%), 흡연 여학생은 전체 1만9458명 중 739명(3.8%)이었다. 연구팀은 건강하지 않은 다이어트 방법을 ‘극단적인 방법’과 ‘덜 극단적인 방법’ 두 가지로 분류, 조사했다. ‘극단적인 방법’은 ▷살 빼는 약 복용 ▷설사약ㆍ이뇨제 복용 ▷식사 후 구토, ‘덜 극단적인 방법’은 ▷원 푸드 다이어트 ▷단식 ▷다이어트 식품 섭취 ▷한약 복용으로 세부 분류했다.

흡연 학생이 비흡연 학생보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흡연 여학생의 경우 15.1%가 건강에 해로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다. 이는 비흡연 여학생(5.2%)의 약 3배 수준이다. 흡연 여학생의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 중 ’식사 중 구토‘는 7.9%로 역시 비흡연 여학생(2.4%)의 3배 수준이었다. ▷처방 약 복용 3.6%(비흡연 1.3%) ▷처방 받지 않은 약 복용 5.8%(비흡연 1.9%) ▷이뇨제ㆍ설사약 복용 5.6%(비흡연 1.9%)로 모든 항목에서 흡연 여학생이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더 많이 선택했다.

‘덜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한 경우도 흡연 여학생이 38.2%로 비흡연 여학생(22.6%)보다 약 1.5배 높았다. 방법별로도 ‘원 푸드 다이어트’는 흡연 여학생 14.7%(비흡연 여학생 7.9%), ‘단식’은 22.0%(비흡연 8.8%), ‘다이어트 식품 섭취’는 18.1%(비흡연 11%), ‘한약 복용‘은 5.3%(비흡연자 3.4%)로, 역시 모든 흡연 항목에서 여학생이 더 많이 선택했다. 반면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인 운동으로 체중 조절을 시도한 비흡연 여학생은 70.4%로, 흡연 여학생(65.6%)보다 더 많았다.

남학생들도 이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흡연 학생이 비흡연 학생보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약 1.5배, ‘덜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약 1.2배 더 많이 시도했다.

이에 대해 청소년기에는 음주, 흡연, 약물 사용, 폭력 같은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는데,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도 이 중 하나로 간주해 지도와 교육을 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조 교수는 “흡연이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있다”며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지속할 경우 거식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어 위험행동이 습관화되기 전에 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소년을 위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금연 교육, 비만 예방 등 각 위험 행동에 대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청소년에 대한 흡연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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