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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결정장애, 공황장애 노출, 마음은 괜찮은 걸까?
라이프| 2017-02-24 06:33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혼밥과 소셜다이닝, 밀실과 광장, 우울증과 공황장애, 정보과잉과 결정장애…

우리 사회 모습을 축약적으로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혼밥,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한편에선 모르는 이들과 함께 어울려 식사하는 소셜다이닝이 인기다. 결혼도 않고 나혼자 즐기는 삶, 자기만의 밀실을 선택하는 이들이 주저없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다. 은밀한 병으로 여겨온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게 무슨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우리 사회, 나의 마음은 과연 괜찮은 걸까?

하지현 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이런 불안 증상을 ‘마음의 체력’이 떨어진 때문으로 본다.

가령 정보의 결정장애는 정보의 양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한 데서 온다. 실제로 필요한 양은 많지 않은데, 우리 앞에 놓인 정보는 지나치게 많아 그것들을 선별하는 1차 작업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러니 뇌는 쉽게 지치고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했지만 막상 그 선택에 만족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결정을 한 뒤에도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하염없이 검색하는 것이다. 하 교수는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이제 그만!’‘이 정도면 됐어’라는 마음의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내가 결정한 것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그래 맞아. 그렇게 해’라고 확인을 해주거나 지지해주면 위로가 된다. 그러나 SNS를 통해 위로를 받는 것은 중독의 위험이 있다고 하 교수는 경고한다. 한번 의존을 하게 되면 한없이 기대고 싶어지기 마련. 바로 정신과에서 분류하는 의존성 성격장애다. 이 성격을 가진 사람은 혼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대인관계에서 동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나쁜 남자에게 당하면서도 계속 사귀는 여성의 경우도 이런 의존성 성격장애일 경우가 많다.

하 교수는 “누군가 옆에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그 사람이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그런 적절하지 못한 가학-피학적 관계를 유지시킨다.”고 말한다.

의존성 성격장애 수준은 아니더라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보다 타인이 나를 보는 판단에 의존한다. 늘 주위의 반응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불안하게 된다.

하 교수는 이런 ‘기빨림’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미움받을 용기’라고 말한다.

남이 나를 미워할까봐 극도로 두려워하는 대신 ‘내게 뭔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갖고’있기에 나를 미워할수도 있다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문학동네)에서 맛있는 것에 열광하고, ‘썸’과 ‘밀당’을 즐기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준비라는 이름으로 공회전하듯 공부를 하는 젊은이들의 심리도 분석해낸다. 하 교수는 이를 ‘1인분으로 살아가기에도 벅찬 현실’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본다.

보통이라도 되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만족감을 얻을 수 없고 마음은 가난해지기만 하는 현실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란 것이다. 이는 데이트 폭력이나 묻지마 폭력, 여혐 등 공격성을 드러내는 형태로 표출되기도 하고 자기만의 밀실로 들어가 ‘정신승리’로 자신을 위로하는 형태를 띠기도 한다. 그 결과, 인형뽑기 등 작은 승리를 맛보는 놀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소소한 물건을 사고 즐기는 작은 사치가 유행하기도 한다. 양 극단을 오가는 이런 행동은 하 교수에 따르면, 이상 증상이 아니라 자연스런 적응과정일 뿐이다.

하 교수는 개인들이 기울이는 이런 노력을 더욱 확장시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심리학적 방법들을 제안한다. 하나는 정상성의 범주를 확장하는 것이다. ‘나는 트라우마보다 강한 존재다’는 확신을 갖고 자신을 병적으로 규정하는 심리화의 함정에서 벗어나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을 넓힘으로써 자신을 정상성의 틀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또 완벽할 필요도, 이길 필요도 없다는 걸 깨닫고 공감의 문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다고 하 교수는 조언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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