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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시인’류시화 신작 산문집 명상적 글에 인생·행복 의미담아
라이프| 2017-02-24 11:20
‘길 위의 시인’ 류시화의 신작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더숲)는 그가 방랑하며 찾고 구하던 세상에 대한 의문과 인생이 가르쳐준 것들로 채워져 있다.

아주 오래전, ‘나는 누구인가?’란 의문과 함께 시작된 그의 방랑의 여정은 매년 그를 인도로 이끌었고, 그는 이제 답을 찾아 떠나기보다 오히려 질문의 날을 벼리기 위해 길을 떠나는 듯 싶다. 답은 질문에서 시작하고, 길은 질문이 생기는 곳이자, 그에게 ‘퀘렌시아’이기 때문이다.


깊고 담백한 시인의 글은 바로 그 회복의 장소, ‘퀘렌시아’에서 시작된다. 스페인어로 ‘퀘렌시아’는 피난처, 안식처를 뜻한다. 투우장의 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구역을 말한다. 사람도 그렇지만 소 역시 지친 몸을 회복하고 자신감을 얻을 공간이 필요하다.

시인은 환경운동가이자 심층생태학자로 유명한 조애나 메이시의 일화를 통해 세상과 생명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메이시가 티벳 난민촌에서 전통 장신구를 만들어 파는 생활협동조합을 추진하던 어느 날, 티벳 승려들과 회의 중에 메이시의 찻잔에 파리가 들어갔다.

메이시는 순간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내 ‘노 프러브럼’이라며 애써 웃었다. 이를 본 린포체가 손가락으로 파리를 집어 들고 나갔다 들어오면서 “파리는 이제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며 기쁘게 말했다. 그때 메이시는 깨달았다고 후에 회고했다. 린포체의 생명의 기준은 한 단계 높이 있었다고.

책은 여운이 남는 글들로 가득하다. 삶을 피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영혼이 고통받는다는 ‘사랑하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무슨 일을 하든 우리는 모든 사람과 연결돼 있다는 ‘혼자 걷는 길은 없다’, 고통의 대부분은 사건 그 자체보다 감정적 반응으로 심화된다는 ‘두 번째 화살 피하기’등 삶과 행복의 지혜를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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