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삼성 기부금 쇄신안 정경유착 끊기로 이어져야 의미
뉴스종합| 2017-02-24 11:24
삼성전자가 24일 이사회를 열고 그룹 차원의 쇄신안을 마련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던 미래전략실 해체와 대규모 사장단 인사, 10억원 이상의 기부금(후원금 출연금 등 포함) 집행시 이사회 의결 등이 핵심 내용이다. 그룹 총수 격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라는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삼성그룹의 초강경 자구책으로 보인다.

여기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부금 집행 기준 강화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내부 인사로 구성된 경영위원회에서 각종 기부금 집행을 결정했다. 외부 인사가 포함된 이사회 의결은 총액이 500억원을 넘거나 관계회사와의 거래 등으로 한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걸 5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인 것이다. 앞으로 기부금 지출을 투명하고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최순실 사태같은 논란과 구설에 다시는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난다.

연간 매출 200조원이 넘는 규모의 기업에 기부금 10억원은 그리 큰 돈이라 할 수 없다. 삼성그룹이 매년 지출하는 각종 기부금만 해도 수천억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그 기준을 새삼 깐깐하게 손 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차제에 지긋지긋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히 끊겠다는 게 그것이다.

삼성의 이런 조치는 실제 정경유착이란 고질병을 근절하는 좋은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받게 된 것은 따지고보면 정권의 은밀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력이 대놓고 금전적 지원을 바라는데 이를 뿌리칠 간 큰 기업인은 없다. 이런 일이 관행화되다 보니 정권이 툭하면 기업에 손을 내미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확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사회 검증 과정이 필요해 요구하는 쪽에서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됐다. 또 기업 최고 경영자 입장에서도 거부할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다. 정치권 등의 무리한 요구를 차단하는 든든한 방패막이인 셈이다. 삼성의 사례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면 정경유착도 자연스레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된다.

기부금 지출 관리를 엄격히 하겠다는 삼성의 의지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자칫 기업의 사회공헌 자체가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빈대를 잡으려고 초간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기업과 기업인의 기부 활동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그걸 누구보다 삼성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기부금 지출 전권을 쥐게 된 이사회가 옥석을 현명하게 가려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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