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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전시·책·클래식…일상에 파고든 ‘휘게’
라이프| 2017-02-24 11:13
“성공지향 벗어나 현재 삶 즐기자”
북유럽 라이프스타일 ‘열풍’


#결혼 10년차인 42세 주부 A씨는 최근 일부 가구를 바꿨다. 결혼당시 유행했던 로맨틱 프렌치스타일 대신 깔끔하고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북유럽스타일로 선택했다. 모노톤을 바탕으로 단순한 디자인의 가구를 매치, 오래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 만족도가 높다. 가구를 고르면서 식기, 소품에도 관심을 갖게 됐는데 최근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생긴 ‘무민카페’도 다녀왔다. 무민은 하마를 닮은 외모의 ‘트롤’로 핀란드의 대표적 캐릭터다. 무민 카페엔 무민제품을 판매하는 숍도 입점해 있는데, A씨는 이곳에서 무민 컵 세트를 구매했다. 


휘게(Hygge)열풍이 심상치 않다.

처음엔 가구, 소품 등 인테리어 제품을 시작으로 하더니 디자인전시, 책에 이어 클래식도 ‘휘게’ 바람이 분다.

‘휘게’는 덴마크어ㆍ노르웨이어로 편안함, 아늑함, 따뜻함을 뜻하는 말로,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단어로 인식되며 성공지향 일색의 한국사회에 큰 시사점을 던졌다. 빠른 속도와 사회적 성공에 매몰돼 정작 자신에게 중요한 가족이나 주변인들에 소홀했던 것에서 벗어나, 현재의 삶에 감사하고 즐기자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다.

북유럽 클래식 내한공연 잇달아=북유럽 라이프스타일 열풍은 그 시작은 사실 가구, 소품 등 일상 생활용품의 심플한 디자인이미적으로 훌륭하다는데서 시작했다. 홍대나 청담동 편집샵을 중심으로 북유럽 가구들이 들어오면서 인기가 높아지자 이러한 가구를 만드는 ‘그들의 삶과 가치관’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관심은 최근에는 무형의 예술인 클래식에까지 번졌다. 더구나 올해는 핀란드 독립 100주년으로 그들의 문화를 만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과 11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북유럽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명인 핀란드 출신 ‘장 시벨리우스’의 교향시를 소개했다. 시벨리우스는 20세기 스칸디나비아 대표 작곡가로 꼽히며, 서정적이면서도 북구의 서늘함을 담은 신비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지휘봉은 핀란드 출신의 유명 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가 잡았다. 사라스테는 “시벨리우스의 전설(saga)은 핀란드어로는 ‘사투’라는 뜻”이라며 “작곡가가 1892년 젊은 시절 관현악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기에 지은 곡으로 슬라브족의 열정적 면모가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관객과 평단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교향악 단골 레퍼토리는 아니지만 핀란드 특유의 맑은 음색이 신선하다는 평가다. 박재성 음악칼럼니스트는 유카페카의 시벨리우스에 대해 “한국 오케스트라 레퍼토리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은 작품으로 본토 지휘자의 실연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며 “작품 본연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드라마틱한 전개, 음색이 다른 지휘자의 해석과는 차이가 있었다. 확실히 자국 정서가 녹아있는 가장 핀란드적인 음악으로 탄생했다”고 평했다.

북유럽 클래식의 방한은 이제 시작이다.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한누 린투와 오스모 벤스케가 각각 8월과 11월 내한해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10월 한국을 찾는다.

전시ㆍ책 인기 여전=그런가 하면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전시나 책의 인기도 여전하다.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부문엔 덴마크의 휘게(hygge), 스웨덴의 피카(fika) 등 북유럽 각국의 독특한 문화를 소개하는 책들이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 비킹 덴마크 행복연구소장의 ‘휘게 라이프’(위즈덤하우스)를 시작으로 ‘휘게 덴마크식 행복 라이프 스타일’(다름북스), ‘휘게 스타일’(위즈덤스타일), ‘휘게’(영림카디널) 등 작년 말부터 휘게를 제목에 넣은 책만 4권이 번역돼 나왔다. 출판계에 따르면 휘게를 주제로 한 책이 추가로 3~4권 출간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전시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강남구 청담동의 복합문화공간 ‘10 꼬르소 꼬모’에서 열린 ‘에그체어 탄생 50주년 기념전’이 북유럽 디자인을 소개하는 신호탄이었다면, 2014년 대림미술관에서 열렸던 ‘핀율(덴마크 가구 디자이너)’전은 이를 대중에 폭넓게 알린 전시로 꼽힌다. 지난해 9월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덴마크 디자인’전에는 전시기간 70일동안 3만여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하루에 400명 넘는 인원이 방문한 셈이다.

지금까지 ‘북유럽’ 전시가 가구와 디자인 위주였다면 올해는 캐릭터로 확장했다. 핀란드 화가 토베 얀손의 대표적 캐릭터인 무민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9월 열린다. 토베 얀손의 원화와 드로잉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무민은 핀란드의 공동체적이고 자연친화적 가치관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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