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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실사오면 검토”확대해석 경계
뉴스종합| 2017-02-24 11:31
도시바 인수 관련 첫 입장 주목
경영권 매각땐 업계 지각 변동
국내외 ‘업황전망’도 엇갈려
박성욱 부회장 신중한 행보


지분 매각을 넘어 경영권까지 넘기기로 입장을 선회한 도시바의 인수에 대해 SK하이닉스가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D램에 강점이 있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 업종을 바라보는 국내외 시각차가 여전하고,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 내 반발도 있어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는 험난한 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경영권을 포함한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지분 매각에 대한 재입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도시바 측은 반도체 사업 지분 20% 가량을 팔아 2조~3조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지분 매각 규모를 1조엔(약 10조원)으로 늘렸다. 미국 원전사업 피해 규모가 당초 예측보다 커지면서 지분 매각 규모를 늘린 것이다. 이럴 경우 경영권까지 매각된다.

도시바 인수전에 관심을 가진 기업들은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대만의 폭스콘 등으로 알려진다. 이들 회사는 도시바 입찰 때도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수정된 재입찰에도 나란히 응찰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 측이 도시바 인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23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도시바로부터 구체적인 일정과 조건에 대해 전달 받은 것이 없다. 제안이 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바 인수가 실익이 있겠냐는 질문에 대해선 “실사 조건을 봐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경영권 인수를 포함한 재입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의 고심은 깊다. 지난번 단순 지분 매입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경영권 인수를 위한 투자 자금은 3배이상 커졌고, 추가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경쟁은 더 치열하다.

우선 자금 면에서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키 위해선 1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가 20% 가량의 지분 인수를 위해 써냈던 최초 가격(3조원 안팎)과 비교하면 3배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이다.

경쟁자들도 늘어났다. 당초 4~5개 회사가 지분 인수에 뛰어들었으나 도시바 반도체 부문의 경영권까지 포함되자 일본의 캐논과 도쿄일렉트론도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수전이 뜨거울수록 치뤄야할 비용은 커지기 마련이다. ‘통큰 베팅’이냐, ‘무모한 도박’이냐의 갈림길이다.

국내와 국외의 반도체 전망도 엇갈린다. 무디스는 도시바의 지분 인수에 뛰어든 SK하이닉스의 신용도를 ‘부정적’이라고 봤고, UBS는 내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36% 떨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일본 노무라 증권은 “메모리 반도체의 정점은 올해”라고 내다봤고, JP모건도 반도체 업황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한국 증권사들과 반도체 업체들을 중심으론 여전히 낙관적 전망이 많다.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공급 기업은 한정돼 있고, 특히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3개 기업이 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적어도 2020년까지는 현재의 ‘슈퍼 사이클’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 산업계 내에선 도시바의 해외 매각 반대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이 해외 매각 반대 의사를 밝힌데 이어,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게이단렌 회장도 인재와 기술의 해외 유출을 걱정하고 나섰다.

경영권 매각 얘기가 나오자 일본의 캐논 등 일본 자본의 입찰 얘기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전혀 없다. 낸드플래시 원천 기술 보유 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제반 환경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제안서가 오면 실사를 검토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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