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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회장 4번째 떠밀려 연임…전경련 ‘안갯속’
뉴스종합| 2017-02-24 11:27
존폐 기로에 서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결국 새로운 구원투수를 구하는 데 실패했다.

24일 전경련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제56회 정기총회를 열고 36대 회장으로 현 허창수 GS회장을 추대했다고 밝혔다.

지난 6년간 세 번의 임기를 마친 허 회장이 결국 차기 회장을 구하지 못해 또 한 번 연임을 하게 된 것이다.

이승철 상근부회장의 후임으로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국내 주요 4대 그룹 탈퇴로 위상이 크게 약화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4일 제 56회 정기총회를 열고 차기회장 선출을 논의했지만, 지원자가 없어 결국 허창수 GS 회장이 유임됐다. 지난 6년간 세 차례 연임한 허창수 회장은 이달 말 물러나겠다고 약속했지만 어려움에 빠진 전경련의 상황을 고려해 연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회원사 탈퇴와 차기 회장 인선 난항으로 전경련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회관 모습. [사진=연합뉴스]

허 회장의 유임으로 임시회장 체제나 회장ㆍ부회장 공석 사태 등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지만 새 얼굴이 나오지 않아 전경련 존폐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전경련 측은 “차기 회장 추대를 위해 회장단과 명예회장 등 재계원로들이 여러차례 논의했지만 다른 누구보다 전경련 상황을 잘 알고 사태를 가장 잘 수습할 수 있는 인물이 허창수 회장이라고 의견이 모아졌고 허 회장이 고심 끝에 이를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허 회장이 새 회장을 구하지 못해 임시회장 체제 등으로 가서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불가피할 것이란 판단 하에 ‘4연임’이라는 고육지책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있다.

허 회장은 애초 “추가 연임은 절대 없다”는 뜻을 강하게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를 마지막으로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며 중심축을 잃은 상황에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전경련 해체 촉구 여론이 식지 않으면서 차기 회장 후보군들이 줄줄이 고사의 뜻을 밝히자 진퇴양난에 빠졌다.

결국 한시적으로라도 자신이 쇄신을 끝마치고 나서 새 회장을 찾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전경련이 회원 여러분과 국민들에게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환골탈태해 완전히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정경유착 근절과 전경련 투명성 강화, 씽크탱크 기능 강화 등 3대 혁신방향도 제시했다. 허 회장은 “앞으로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정경유착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며 “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업과 회계 등 전경련의 모든 활동을 보다 상세하게 공개하고 씽크탱크 기능을 강화해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 속 정경유착의 온상이 되고, 어버이연합 지원 논란 등에 휩싸였던 바로 그 기간 조직을 이끌던 기존 수장이 내놓은 쇄신안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 부호가 달릴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스스로도 애초 ‘기존 구성원이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서야 전경련을 탈바꿈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신임 회장 찾기에 골몰해왔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혁신안부터 내놓고 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허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 내부인사 3인과 명망있는 외부인사 3인으로 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그러나 삼성과 LG, SK에 이어 지난 21일 현대차그룹까지 탈퇴하면서 전경련의 입지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대그룹 탈퇴는 회원사 수로 따지면 60여개가 넘는 기업이 탈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15개), 현대차그룹(11개), SK그룹(20개), LG그룹(18개) 등 탈퇴원을 제출한 이들 그룹 계열사는 총 64개에 달한다. 총 600여개 회원사 중 10% 이상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금전적으로는 70% 이상이 줄어든다. 4대 그룹 64개 계열사들이 내던 연간 회비는 전경련 전체 연간 회비의 70~80%에 육박했다. 지난 2015년 기준 전경련 전체 연간회비 492억원 중 77%에 달하는 378억원을 4대 그룹이 부담했다. 전경련이 해체를 면한다 하더라도 회원사 수와 들어오는 돈이 크게 줄어든 만큼 전경련 조직이 대폭 축소되는 건 예상 가능한 수순이다.

한편, 최근 한화그룹 계열사 두 곳과 효성그룹 계열사 한 곳 등이 새로 전경련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초 가입신청이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승인된 것으로 확인됐다. 

배두헌 기자/bad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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