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반
[함영훈의 이슈프리즘] ‘지속가능성’ 없는 한국 관광
라이프| 2017-02-24 15:21
길거리 즐기기, 먹방 쇼핑 중심
사소한 변수에 싸늘해 질 수도


허니문 인프라, 휴양생태 개발
탄탄한 펀더멘털 구축 힘 써야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행정부 수반이 오랜만에 관광을 거시경제 테이블인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의 핵심 의제로 부친 것은 것은 아주 많이 늦었지만, 불행 중 다행한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관광은 직접 경제효과 이상의 국격 상승효과가 있는 산업이므로, 제조업, 서비스업, 문화산업, 농수산업을 잇는 ‘막후의 허브’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간 관광은 ’서비스업종 중 돈 안되는 작은 영역‘으로 홀대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 관광을 거시경제의 중요 고리로서 ‘대우’하는 범부처적 행보가 잦아진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래서 고언 한마디 하고자 한다. 관광을 눈꼽 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마인드 속에 콧방귀나 들을 분위기였다면 아예 하지 않으려 했던 얘기였다.

[사진설명=제주 섭지코지 허니문]

바로 한국관광에 지속가능성이 빠졌다는 점이다. 지속가능성은 세계적인 공장-연구소 하나 잘 지어놓으면 유지ㆍ보수만으로도 큰 캐시카우가 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속가능한 관광 펀더멘털, 그 핵심고리는 신혼여행과 휴양여행이다. 이 두 가지는 다른 계층, 다른 포맷의 여행을 견인한다.

최근 하나투어와 인터파크투어가 각각 2016년 한국 신혼부부들의 인기 허니문 행선지를 파악해보니 대체로 하와이, 몰디브, 푸켓, 발리, 유럽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풍광이 아름답고, 휴양하기 편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리조트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즐길 거리, 추억 남길 거리가 많다는 것. 객단가 높은 손님들이기에 각 국은 무비자 혜택, 항공-교통-예약 상의 편의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인도양 중북부의 몰디브는 산호섬 경치가 아름답고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씩 운영되는, 독특한 프라이버시 보장 구조 속에 ‘온갖 편안함’을 다 누리는 곳이다.

발리와 푸켓도 해양 풍광과 전통미가 어우러진 럭셔리 리조트를 구비하고 있다. 유럽은 문화유산과 자연자원의 조화 속에 문화와 예술이 여행자를 로맨티스트로 만드는 곳으로 평가된다.

하와이 리조트와 항공사 홍보를 맡고 있는 김나혜 과장은 “하와이는 때묻지 않은 자연, 이런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리조트 시설, 휴양과 도심문화의 공존, 톡특한 문화가 밴 폴리네이사 토산품, 다양한 스펙트럼의 쇼핑타운, 훌라(전통춤), 레이(꽃목걸이), 루아우(하와이 전통 만찬) 등 전통문화 체험, 참여형 퍼포먼스, 서핑와 패러세일링 등 휴양과 허니문의 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낭만의 대명사로 세계인에게 각인된 지중해 도시를 여행한 신혼부부들도 20% 가량 늘었고 세이셸, 모리셔스 등 직항편이 없어 비행시간만 18시간이 넘는 아프리카에서 ‘독특한 추억’을 얻으려는 부부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생에 하나뿐인 신혼여행을 계획하는 전세계 예비 신랑 신부, 50대를 넘어 여유가 생긴 만큼 일생일대 귀중한 힐링 기회를 얻어려는 휴양여행객들은 먼 곳이라도, 큰 돈을 들여서라도, 풍광과 웰빙, 예술미 넘치는 편안한 시설, 익숙하지 않은 독특한 추억을 만들수 있는 장소 등을 엄선하려 한다.

평생 한번 뿐인 신혼여행때나 지불능력이 풍부한 중산층 부부의 휴양여행때 지출하는 금액은 방한 외래객의 1인당 국내 소비(150만~200만원)의 2배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행소비자 중 큰 손들이다.

그러나 한국관광에는 이같은 신혼여행, 휴양여행 인프라와 프로모션이 빠져 있다. 길거리 문화를 즐기려는 관광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관광 시스템은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쉽게 꺾일 수 있는 생태적 한계를 갖는다. 한마디로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신혼여행, 휴양여행은 루트와 인프라를 구축하고 마케팅만 잘 해 두면, 두고두고 한국관광의 ‘캐시카우’가 되는데도 민관은 이 부분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는 문체부, 관광공사 만의 몫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도 참여하는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다뤄야 할 문제인데 그동안 관광이 거시경제의 핵심요소에서 빠진 점 역시 우리 관광인프라의 지속가능성 경쟁력을 약화시킨 요인으로 지적된다.

조일상 하나투어 팀장은 “휴양과 허니문 관광인프라의 핵심 마인드는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잘 엮는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아름다운 풍광과 조화를 이룬 리조트, 글로벌 인기 스타가 이용한 리조트, 한국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리조트, 그 지역의 독특한 스토리를 입은 리조트, 즉 휴양 및 추억만들기 ‘시설’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팀장은 이 독특한 리조트가 한국의 많은 관광명소, 문화예술 콘텐츠, 독특한 문화 등과 조화를 이룰 때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못지 않은 인프라를 갖추고도 우리보다 더 강한 마케팅을 벌이는 허니문 도시의 노력도 본받아야 한다. 태국, 괌, 사이판, 하와이 관광청은 한국인 허니문-휴양여행 마케팅을 벌인지 20년이나 됐다. 지속적이고 오래도록, 파격적인 특전까지 주면서 한국 신혼부부와 중산층 가정을 노크했다.

하지만 우리는 한류와 쇼핑, 길거리문화에 너무 매달린 채, 정작 지속가능한 펀더멘탈 구축에 소홀했다.

요즘은 호주 퀸즈랜드 주 정부, 크로아티아 관광청, 네팔-부탄 정부까지 나서 독특한 추억과 힐링을 쌓으려는 한국 허니무너와 중산층 가정에 구애를 보내고 있다.

남해 바닷가 리조트에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굽어보다 프라이빗 풀빌라에서 물장난을 하고, 통영에서 패러세일링을 즐긴 뒤 소매물도 등대 앞에서 추억을 남긴 다음, 부산 깡통시장의 먹방이나 여수밤바다 버스킹에서 즐기는 식의 허니문, 힐링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백년대계의 마인드로 살펴볼 때이다.

제조업이나 금융업에 비해 하찮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 저성장-서비스업 중심 구조 등 경제 메가트렌드 변화 속에 관광의 비중을 높인 나라들이 안정적 성장을 하고 있음에 비춰보면, 한번 잘 해 놓고 나서 평생 잘 먹고 잘 사는 이 이슈를 결코 소홀히 봐서는 안된다.

‘사드’ 타령만 하지 말고 총리실-기획재정부-외교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문화체육관광부-민간단체-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한국관광의 근본 토대를 어떻게 다시 구축할지 진지하게 토론할 때이다. ‘탄핵’ 정국이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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