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광장-권대봉 고려대 교수] 또 코와 귀를 베일 수 있다
기사입력 2017-02-27 11:20 작게 크게

오늘이 대통령 박근혜 탄핵심판 최종변론일이다. 조만간 결론이 날 전망이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탄핵 찬반으로 갈려 있다. 광복 이후 좌우가 분열된 정치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권력쟁취를 위한 분열은 나라의 파멸을 초래한다. 여야 정당의 대선주자들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비록 자기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를 담담하게 승복하여야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

한반도는 국내적으로 분열할 때마다 주변 국가들의 침략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약탈당했다. 올해가 정유년으로 일본군이 조선인의 코와 귀를 베어간 정유재란이 발발한지 420주년이 된다. 당시 일본은 정보정치공작을 통해 조선 정부의 내부분열을 유도하여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파직시키게 만들었다. 원균 장군이 칠천량해전에서 대패하자, 백의종군하던 이순신 장군이 복귀하여 명량해전과 노량해전에서 승리하면서 7년 왜란이 막을 내렸다.

한반도를 침공한 일본군이 조선의 양민과 군인을 죽이고 그 코와 귀를 베어 소금에 절여가지고 전공의 증거물로 일본으로 가져갔다. 교토(京都)시내에 코와 귀로 무덤을 만들어 처음에는 비총(鼻塚)이라고 불렀다가, 나중에 이총(耳塚)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당시 일본군에게 살해되어 코와 귀를 베였던 조선 군인과 양민의 수는 무려 12만 6000여 명에 달했다. 교토시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받드는 토요쿠니신사(豊神社)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귀무덤을 이총공원(耳塚公園)으로 조성했으며 일본의 사적으로 지정했다.

국익에 따라 한국과 중국과 일본은 7년 왜란을 각각 다르게 부른다. 한국은 일본인 왜국(倭國)이 임진년에 난을 일으킨 것이라 해서 임진왜란(壬辰倭亂)이라고 부르고, 정유년에 왜국이 다시 난을 일으킨 것이라 해서 정유재란(丁酉再亂)이라고 부른다. 당시 조선의 입장에서 보면 왜국이 반역의 난을 일으켰다는 표현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왜국을 막아 조선을 도운 전쟁이라고 하여 항왜원조(抗倭援朝)라고 부른다. 명나라가 조선을 도왔다는 표현이다. 침략국인 일본은 일왕이 사용한 연호인 분로쿠(文祿1592~1595년)와 게이초(慶長1596~1614년)시대의 싸움이라고 하여 분로쿠게이초(文祿慶長)의 역(役)라고 부른다. 침략전쟁임을 감추고 그냥 싸움이라는 표현이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일본군에 의해 조선 백성의 인명이 살상당하고 재산이 약탈당했으며 전국토가 유린당했다. 권력쟁탈에만 몰입한 조선의 정치지도자들의 분열이 부른 참담한 결과였다. 영의정으로 7년 전쟁을 지휘했던 서애 류성룡 선생은 후대에게 역사적 교훈을 주기 위해 징비록(懲毖錄)을 집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대의 정치인들이 국익을 우선하지 않고 당파의 권력쟁취를 위한 분열의 정치를 하여 나라를 일본에 강탈당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강점기 35년간 치욕의 역사를 겪었다.

주변국가의 국익 추구로 국제관계가 냉엄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북핵 위협이 상존한 가운데, 두 동강난 한반도의 북쪽에서 쏘아대는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내 배치를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한류문화를 차단하고 통상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국영토인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아베정부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부활하려고 있다.

정유재란에 조선 백성의 코와 귀를 베어갔던 자는 일본군이고, 일제강점기에 소녀들을 위안부로 끌고 갔던 자도 일본군이지만, 그 원죄는 당시 권력투쟁에 몰두했던 분열된 조선의 정치지도자들에게 있다. 4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반도에는 격동과 혼란의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 지금은 왕조시대도 제국시대도 아닌 민주시대이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고 나라를 망가뜨리는 선동정치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면 어떤 형태로든 또 코와 귀를 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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