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김필수] '대통령'이라는 이름
기사입력 2017-03-07 11:37 작게 크게

“나중에 커서 대통장 돼라”

예전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이런 덕담을 했다. 큰사람 되라고. ‘대통장(大統長)’은 ‘대통령(大統領)’이다. 거창하고 엄청난 사람을 말씀하신 것이리라.

당연시되는 ‘대통령’이란 말에 물음표를 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권력구조를 개편하려는 개헌 논의와 무관치 않다. 대통령 권한이 너무 세니, 좀 줄이자는 것이다. 사소한 문제 같지만, 명칭은 중요하다. 말이 반복되면 의식까지 지배한다.

‘대통령’이란 말은 너무 거창하다. 압도적이다. 친화적이지도 않다. 크게(大) 다스리고(統) 거느리는(領) 슈퍼맨이다. 여기에 국민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민주주의 하에서의 대통령’은 ‘네모난 동그라미’처럼 형용모순일 수 있다.

한때는 더 나간 적도 있다. ‘대통령’에 ‘각하(閣下)’라는 말까지 붙였다. ‘대통령’으로 상대를 높이고, ‘각하’로 자신을 낮췄다. 이중 극존칭이다. ‘각하’는 군부 독재 시절 의례 쓰이다가 김영삼 정부 들어서야 공식사용이 사라졌다. 그래도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종종 다시 써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불과 2년 전에도 이 일로 시끄러웠다.

‘대통령’은 대부분 나라에서 ‘프레지던트(president)’다. ‘회의를 주재하다’는 뜻의 ‘preside’가 어원이다. 미국에선 대통령도, 사장도, 학장도, 은행장도 모두 ‘프레지던트’다. 그냥 단체를 총괄하는 ‘장(長)’이다. 극존칭의 의미는 없다. 다른 용어들은 다 단체 뒤에 ‘장’이 붙는데 대통령만 예외다.(아, 하나가 더 있긴 하다. 한국은행의 경우다. 은행장이라 하지 않고 총재라 한다. 산업은행도 총재라 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에 일제 잔재라고 지적하면서 은행장으로 바꿨다)

대통령도 엄밀히는 ‘국장(國長)’이라고 하는 게 직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명칭을 처음 쓴 건 이승만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부터다. 일본의 번역을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요즘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가 됐다. 지금까지 근 100년 간 쓰여 왔다.

말꼬리 잡는다고 할 수도 있다. 100년의 세월을 거스르려니, 다른 용어는 어색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일견 일리 있는 주장이고, 실제로 개정 의견이 개진되기도했다.

국회 헌법개정특위 소속 백재현(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헌법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통령’ 명칭에 대해 보다 민주적이고 시대에 알맞은 명칭으로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백 의원은 대안으로 ‘대’ 자를 뺀 ‘통령’, 국민이 선출하는 국민주권의 의미를 반영한 ‘민통령’ 등을 제안했다. 일부에서는 김구 선생에게 썼던 ‘주석’(主席)도 거론한다. 아니면 ‘이사회 의장’처럼 ‘국가 의장’은 어떨까. ‘회의를 주재한다’는 ‘president’의 어원에도 충실한 듯 하니.

개헌은 이제 시간문제가 됐다. 제왕적인 대통령 권한을 줄이자는데 이견도 없다. 이 참에 ‘대통령’이란 용어도 탄핵해 보자. 지금의 헌법이 30년 된 옷인 것처럼, ‘대통령’ 용어는 100년이나 된 옷이다. 몸에 옷을 맞춰야지, 옷에 몸을 맞출 것인가. pil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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