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朴‘탄핵’은 법치주의 가치확인, 승복으로 갈등 끝내야
뉴스종합| 2017-03-10 12:27
헌법재판소가 장고 끝에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재판관 전원일치로 청구를 받아들였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의한 법치주의 원리 훼손 정도가 대통령직을 파면할 정도로 중하다는 게 헌재 판단의 요지다. 헌재 결정은 즉각 효력이 발생해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곧바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도중 파면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지난 석 달여 동안 우리 사회는 탄핵 찬성과 반대 세력으로 나뉘어 심각한 분열과 갈등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지리하고 험난했던 탄핵정국을 뒤로 하고 상생과 국민 통합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헌재 결정은 그 출발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은 헌법의 최후 파수꾼으로 오직 양심과 법에 따라 냉정한 판결을 했다고 믿는다. 그러니 이를 존중하고 국민 모두가 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이 됐다면 그 상실감이 크겠지만 언제까지 탄핵 정국의 늪에서 헤매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한데 선뜻 헌재 결정을 받아들일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걱정이다. 선고 당일만 해도 양측 시위대가 헌재 주변 도로가 가득 메운 채 격렬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경찰이 이례적으로 갑호비상경계령을 발동해 양측간 충돌을 막고 있지만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를 정도로 염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탄핵에 반대해왔던 이른바 태극기 세력들은 절망감을 견디지 못해 ‘목숨 건 투쟁’도 불사한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다 한 사람이라도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면 나라 전체가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불복은 또 다른 불복을 낳고 그 끝은 공멸만 있을 뿐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각계 원로들이 한 목소리로 “헌재 결정 불복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조하는 건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역할이 중요하다. 따지고 보면 탄핵 갈등으로 나라가 둘로 쪼개지다시피 된 것은 정치력 부재 탓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정파를 떠나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메우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더욱이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정국은 곧장 대선모드로 진입했다.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주자들의 각축이 치열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헌재 결정이 악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당장의 정치적 이익을 좇기보다는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지도자를 국민들은 원한다.

해방 직후를 연상케하는 혼란과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 국민들 모두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잦은 외세의 침략과 일제 강점, 지독한 가난과 전쟁, 게다가 국가 부도위기까지 숱한 역경을 딛고 일궈 낸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우리에게는 아무리 힘든 국난도 이겨낼 수 있는 DNA가 분명있다. 지금의 혼란도 곧 슬기롭게 수습되리라 확신한다. 헌재가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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