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봉순', 무거운 주제를 B급 코미디로 풀어간다
엔터테인먼트| 2017-03-19 11:38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힘쎈여자 도봉순’이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두 자리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청률이 어디까지 갈지도 관심거리다.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라는 사회적으로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풀어가는 방식은 B급 코미디다.

보여주는 화면이 엽기 호러물일 정도로 공포스러울 때도 있고 여성 연쇄납치사건의 4번째 희생자가 발생하자 공개수사로 전환될 정도로 사회적으로 심각한 사안을 다루지만, 코믹 감성을 잃지 않는다. 코믹 감성은 틀니로 연기를 하는 용역깡패 김원해의 과장 연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소시오패스가 등장하는 등 사회적 분노를 유발시키는 범죄를 심각한 A급으로 풀어가면 ‘그것이 알고싶다’와 별 다를 게 없다. 이런 건 뉴스나 다큐물에서 많이 봤다. 표현의 자유가 드라마보다 더 많은 영화도 이런 내용을 독하게 풀어나가는 장르물들이 많다. 보는 게 힘들 때도 있다. ‘힘쎈여자 도봉순’의 스토리는 이런 무거운 주제를 심각하지 않게 풀어나간다.

귀엽고 예쁘고 가녀린 박보영의 ‘순수 괴력녀’라는 도봉순 캐릭터의 성격은 여기에 잘 부합된다. 박보영은 웃기지 않아도 코미디가 된다.  작은 체구의 박보영이 악인들을 괴력으로 물리칠 때마다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물론 비중이 높아진 조폭, 범죄라는 어두운 세계의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이 '뽀블리'로서의 박보영의 사랑스러움과 잘 생기고 귀여우면서 연기도 잘하는 박형식의 매력에 더 많이 빠져있다.


시청자들이 귀엽고 능청스러운 모습이 버무려진 박보영과,  설렘이 동반되는 박보영-박형식 멜로 케미, 이제는 인국두(지수)까지 가세한 삼각멜로에 빠져들면서 스토리는 조금씩 진행된다. 시청자들이 박보영과 박형식을 보면서 하는 말이 있다. “애들이 왜 이렇게 이쁘고 귀엽냐” 그러면서 시청률도 회마다 1~2%씩 상승해, 어느새 두자리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박보영은 앞으로 약자인 여성을 납치하는 범죄, 몸무게가 40~48㎏의 마른 여성만을 노리는 여성연쇄납치범죄를 시원하게 해결해 도봉동의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 힘 조절하는 법도 익혔다. 양적 힘에서 질적 힘으로의 전환이라는 레벨업이다.

사회 공공의 적인 조폭 사업체 백탁파도 완전히 제압할 것이다. 사랑하는 남자(박형식)의 아버지인 안출도도 백탁(임원희)과 악연이 있는 깡패출신 기업인이지만, 도봉순이 ‘악‘을 희석시킬 것이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남자들이 여성에게 혼나는 드라마다. 그냥 혼내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젠더(gender) 드라마’라 할 수도 있다. 딸을 통해 힘을 대물림하는 ‘외할머니-엄마-딸‘의 쓰리 샷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18일 방송된 8회에서는 안민혁과의 밀착 트레이닝을 통해 싸움 스킬을 장착한 한층 업그레이드된 도봉순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난 방송에서 도봉순은 그동안 숨기고만 살았던 자신의 특별한 힘을 제대로 쓰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안민혁(박형식 분)로부터 힘 조절, 싸움 기술, 방어력 등의 훈련을 받았던 상황이다. 도봉순은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힘없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여전하다. 약자를 향한 강자의 횡포.. 동물의 왕국에선 약육강식이 순리일지 몰라도 적어도 인간들 세상에선 힘이 약자를 괴롭히는 일에 쓰여서는 안 된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되는 거다”라며 더욱 훈련에 매진했다.

그렇게 도봉순은 안민혁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힘으로 범인을 잡겠다는 뜨거운 열망을 키워나갔다. “신이 나에게 이런 힘을 준 데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힘을 그 자식들을 쳐부수는데 쓸 것이다”고 각오를 다지며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빛을 발사해 ‘봉크러쉬’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순수하게 힘만 셌던 도봉순은 어느덧 싸움 스킬까지 장착한 파워업 도봉순으로 거듭났다. 안민혁의 지원을 받고 더 강력해진 것. 힘을 조절할 줄 알게 됐고 힘을 쓰는 기술도 눈에 띄게 늘었다.

그 맛보기 대상은 또 백탁파 조직원들이었다. 도봉순은 마을 지키미로 위장한 채 거리를 더럽히고 있는 백탁파 조직원 3명에게 사이다 응징을 가했다. 마지막 딱밤 몇 대로 치아를 하나하나 날려버리는 도봉순의 통쾌한 한 방에 시청자들의 열렬한 응원이 이어졌다.

도봉순의 사이다 활약은 계속됐다. 조직원들이 또 당하자 백탁파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만 갔고, 급기야 수장 백탁(임원희 분)은 “왜 이렇게 우리를 괴롭히니. 도봉순은 여자가 아니야. 우리의 적이야”라고 발끈한 뒤 도봉순을 박살낼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보이스피싱. 이 전략은 적중했고, 도봉순은 어머니 황진이(심혜진 분)가 납치됐다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수십 명의 백탁파 조직원들이 있는 폐창고에 제 발로 들어가게 됐다.

드디어 백탁파와 대치하게 된 도봉순은 황진이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이들과 한판승부를 펼치게 됐다. 정식으로 한 번 붙어보기 전 무릎 꿇고 빌라는 백탁의 도발에 도봉순은 “무릎 꿇고 비는 건 내가 아니라 아저씨가 될 걸요”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더니 호두 두 알을 아작 내버린 뒤 “드루와~”라고 손짓하는 역대급 강렬한 엔딩을 선사하며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한편 4번째 희생자가 발생하자 여성 연쇄납치사건이 공개수사로 전환된 가운데 범인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상대임이 드러났다. 목격자 진술을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가 경찰서 내부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대범함을 보였고, 자신의 얼굴을 본 도봉순의 주위를 맴돌기까지 해 긴장감을 높였다.

하지만 도봉순은 더 막강한 존재다. 힘을 제대로 조절하기 시작한 도봉순은 예전엔 힘만 셌다면 안민혁과의 혹독한 훈련 효과로 전투력, 방어력이 업그레이드된 상태다. 이에 도봉순의 사이다 활약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날은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힘쎈’ 드라마의 저력을 다시 입증했다. 8회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10.3%, 전국 기준 9.6%를 기록, 지난 방송보다 각각 3.2%P, 2.8%P 상승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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