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그 많은 뽑기방 인형…전부 가짜?
뉴스종합| 2017-03-22 10:01
-뽑기방 ‘위조 캐릭터 인형’ 유통 만연
-상표권 침해물품 유통 형사처벌 대상
-단속 나서지만, 적발 어려운 게 현실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대학생 김진오(23) 씨의 취미는 뽑기방 인형 수집이다. 몇 천원만 투자하면 크고 작은 인형을 얻을 수 있는 데다 최근 포켓몬이 다시 유행하면서 수집 욕구도 늘었다. 그러나 김 씨가 모은 인형 중에 정품은 단 하나도 없다. 뽑기방에서 유통되는 인형 대다수가 ‘짝퉁’으로 불리는 위조품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뽑기방에서 정품을 내놓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가끔 조잡한 인형이 나와 실망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내 곳곳에 들어서며 인기를 끄는 인형 뽑기방이 불법 위조품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정 캐릭터 인형에 대한 인기와 함께 뽑기방을 통한 위조 캐릭터 인형 수요가 늘어나면서 밀수 적발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사진=시내 곳곳에 들어서며 인기를 끄는 인형 뽑기방이 불법 위조품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정 캐릭터 인형에 대한 인기와 함께 뽑기방을 통한 위조 캐릭터 인형 수요가 늘어나면서 밀수 적발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현행법상 위조 상품을 뽑기방에 들여놓는 행위는 불법이다. 짝퉁 인형 자체가 상표법과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데다 뽑기방에 들여놓으면 이를 유통하는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저작권과 상표권을 침해하는 물품을 영업의 목적으로 유통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업주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뽑기방을 운영하는 업주와 이용자 모두 ‘짝퉁’을 용인하는 분위기다.

업주는 게임산업진흥법상 경품으로 5000원이 넘는 상품을 들일 수 없는데, 정품 인형 중 가격이 5000원 이하인 제품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구에서 뽑기방을 운영하는 정모(50) 씨는 “정품 인형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데다 그 자체로 법 위반”이라며 “어느 쪽을 써도 현행법 위반이라 업주 입장에서는 위조 상품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자들도 “뽑기방에서 정품을 뽑을 기대는 안 하고 있었다”는 반응이다. 매일 퇴근 후 뽑기방을 찾는다는 직장인 이성준(28) 씨는 “뽑기방에서 당연히 짝퉁 인형을 쓰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개의치 않고 있었다”고 했다.

뽑기방이 성행하며 위조 인형 밀수입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인천세관은 지난 15일 밀수입된 위조 포켓몬 인형 9650점을 적발했다. 지난 10일에도 위조 포켓몬 인형 3680여점이 적발되는 등 3월 한 달 동안 2만점에 가까운 위조 포켓몬 인형이 세관에 적발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짝퉁 인형은 수입금지품목으로 분류돼 적발 대상“이라며 ”그러나 최근 뽑기방 인기를 타고 짝퉁 인형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뽑기방을 통한 위조 상품 유통이 만연한 상황이지만,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동네에 설치된 뽑기방을 모두 단속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특별사법경찰 등과 함께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뽑기방 수에 비하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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