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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 길재욱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前 기금운용평가단장] 중소기업 정책자금, 경제에 독인가? 약인가?
뉴스종합| 2017-03-22 11:02
한국 경제의 뿌리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자금에 대한 논란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기가 되면 늘 뜨거운 이슈가 되곤 했다. 중소기업 정책자금이란 정부의 정책적 필요에 따라 융자 및 출자, 보증 등의 방식으로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행하기 위한 재원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은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중요한 국가 경제운용의 한 축으로 전세계 어디에서나 인정돼 왔다. 특히 고용 창출 및 유지에 있어 중소기업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되며 정책자금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정책자금 지원이 갖는 여러 한계 또한 간과될 수 없다. 정부의 실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성 문제로 인해 정책자금 지원을 둘러싼 역선택 문제, 도덕적 해이 등이 도마에 오르곤 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의 효율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그 규모의 과다 문제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그럼 과연 국가 주도의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은 본질적으로 비효율적인가? 시장경제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자원 제약 하에서 경제주체의 효용 극대화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개별 경제주체 각각의 효용 극대화가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져와 결국 국가 총체적인 효용 극대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경제학의 제1 법칙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과 같은 시장간섭은 필연적으로 시장효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정부실패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경제 격변기에 있어서도 이런 논리가 통할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사실 시장경제의 가장 최첨단이라는 미국 실리콘밸리만 보더라도 애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의 초창기 생태계 형성에 있어 정부 주도의 기술개발에 대한 원초적 투자가 그 밑바탕에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안 알려져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핵심 축인 인터넷의 초기 개발과 투자를 과연 누가 언제 어떻게 했는가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의 새로운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에서 중장기적이고 고위험 투자를 감당하기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로서의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모험창업과 혁신을 주도하고 청년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에게 정책자금 지원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통해 진정한 기업생태계 조성이 이루어질 때 경제 활성화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자금만 지원하기 보다는 기업 여건에 맞도록 정부의 정책사업을 연계해 재정투입 성과를 높이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정책자금 지원의 효율성에 대한 논의를 위한 성과분석은 보다 긴 시각에서 실증적인 분석결과를 갖고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데이터에 대한 정부 부처 및 각 기관의 소극적인 대응 하에서는 이런 총체적 실증분석을 통한 정책자금 지원효과 논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 해결을 통해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효과에 대한 보다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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