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장에서] 묵묵부답 朴…‘태극기국민’에만 화답
뉴스종합| 2017-03-22 11:02
22일 오전 강도높은 검찰 조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 검찰 조사 직전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받겠습니다.”라고 말할 때의 표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일체 답하지 않았다.

약 10분 후 삼성동 자택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확연히 달라졌다. 자택 앞에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맞자 박 전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이들과 함께 기다렸던 서청원 의원 부인과는 악수까지 하며 인사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은 “왜 오셨어요 안 오셔도 되는데”라고 말하며 이들을 반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밤새 태극기를 흔들며 기다린 지지자 150여명에게도 인사를 잊지 않았다. 자택 골목에서 들어올 때 박 전 대통령은 차량 안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자택에 들어가기 직전에도 지지자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여전히 답하지 않았다.

꼬박 밤을 지새운 지지자들은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연신 환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에 들어간 이후에도 지지자들의 환호는 계속됐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한 순간 온 국민의 눈은 박 전 대통령의 입에 쏠렸다. 검찰 조사에 앞서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삼성동 자택 복귀 당일 대리 발언을 통해 “믿고 성원해준 국민들에게 감사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을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탄핵 불복을 시사한 박 전 대통령이었다.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지 온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꺼낸 것은 단 두 마디였다.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받겠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11일만에 처음으로 직접 꺼낸 발언이었다. 진부한 ‘검찰 조사용’ 발언에 국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표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12일째.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며 ‘태극기국민’에게만 답했다. ‘촛불국민’에게는 여전히 답하지 않고 있다.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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